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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필리핀에 갈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유랑인은 하늘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다. 땅에서만 바라보던 구름위를 날고 있으면 천국에 온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야간비행은 그런 로망을 산산히 부숴놓았다. 구름은 커녕 인천을 벗어나니 온통 암흑세상이다. 피잉-

비행기를 타면 흔히 상상하는 구름 위 세상

비행기를 타면 흔히 상상하는 구름 위 세상

‘일찍와서 창가쪽 자리잡은 의미가 없잖아’

경치구경은 포기하고 여신님 –스튜디어스- 을 구경하며 기내식과 음료수를 즐기다 보니 방콕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유랑인은 영어 울렁증이었으니까.

‘침착해야해 침착해야해. 어리버리하면 유랑인만 손해니까.’

일단 사람들을 따라 입국수속을 하고 수화물을 찾았다. 사실 입국심사 할 때 이것저것 물어볼 줄 알았는데 여권을 받더니 90일짜리 도장을 찍어주고 바로 통과. 뭔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랄까? 덕분에 –안심해서인지-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태국 수완나폼 국제공항이 이렇게 크고 현대적이었던가? 사실 외국 공항이라곤 필리핀이 전부였는데 그 곳에 비하면 엄청났다. 인천공항에 맞먹을 만큼. 아니 더 크다고 해야겠지? 필리핀을 보고 -현지인에겐 미안하지만- ‘동남아는 그 정도겠지’라며 우습게 여겼었는데 정정해야겠다.

그나저나 카오산 로드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했다. 영어도 안되고 정말 대책 없던 상황.

새벽도착이라 시내로 들어가는 가는 대중교통은 없고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는데 말을 잘못해 엄엄한데 갈 것같아 불안했다. 다행히도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도와줘서 무사히 카오산 로드로 가는 택시를 탓다..

자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늦은새벽 카오산 로드. 새벽의 조용함도 이 곳만큼은 무시되는 듯 했다. 집채만한 배낭을 메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외국인들 사이로 호객하는 현지인들. 현지인 보다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신기한 세상. 우리나라 이태원도 외국인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방콕 카오산 로드

방콕 카오산 로드는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신기한 세상이다.

우선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지난밤 서울행 야간열차에서 날을 지새다시피 했고 공항노숙도 10시간 했으니 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데 카오산 로드의 숙소는 늦게 들어가도 -새벽 4~5시- 오전 10-12시에 방을 빼야했고 요금도 정상요금 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찾으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다시 숙소를 잡기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카오산 로드내에서 숙소를 잡는건 포기하기로 했다. 외국인에게 바가지 씌우려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고 불친절했으니까. 한참을 헤메다 카오산 로드 외곽에 자리를 잡았다.

방콕에서 3일동안 묵었던 Bowern 게스트 하우스

방콕에서 묵었던 Bowern 게스트 하우스

1박에 20,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으나 주인과 흥정베틀을 통해 45,000원에 3일치를 끊는데 성공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비싼 이유를 알았다. 더블침대에 에어컨이 달려있었고 청소상태도 깔끔했다. 카오산 로드에선 선풍기 달린 싱글룸이 12,000원임을 감안한다면 괜찮은 수준.

싱글룸이 없어 더블룸을 혼자 이용했다.

더블룸을 3일동안 잘 이용했다.

후다닥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한 다음 침대로 저엄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후덥지근한 방콕날씨를 잠시 잊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달콤했던 잠. 이 순간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방콕으로

유랑인 개편오픈으로 2008년 연재하다 중단된 현실도피 동남아 배낭여행의 모든 글을 재편집하여 새롭게 발행합니다. 5년동안 잠들었던 이야기의 완결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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