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고기집에 가니…

어느 설문조사에서 솔로의 최고레벨은 고기집에 혼자가서 고기 구워먹는거라고 했다. 솔로생활 26년 카페도 혼자가고 영화도 혼자보고 밥도 혼자먹는건 일상이지만 고기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 건 쉽지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데이터 복구 기념으로 과감히 거사를 치르기로 했다.

결심

고기집 앞에 도착했지만 ‘단체손님 환영’ 이란 문구에 마음 약해지는 유랑인. 동네를 몇 번이고 기웃거리다 허름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손님이 많다. 다시 나가기도 뻘쭘해서 입구에 앉은 아줌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Korean Bulgogi restaurant sign

“안녕하세요, 고기 먹으러 왔는데요…”

“몇 분이세요?”

“혼자에요….”

순간 아줌마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줌마 웃어야 복이와요~ 스마일~ 스마일~^__^;;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는데, 하필이면 출입문 방향이다.

‘흐미…시선받기 딱 좋은 데잖아….’

한상 혼자서 차지하고 고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은 꾸역꾸역 들어오지 구석진 자리는 안보이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당장이라도 뛰쳐 나가고 싶었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남의나라 경찰서에서 샤워하고 빨래하고 텐트까지 쳤던 뻔뻔함(?) 덕분에 꿋꿋하게 버텼다. 이래서 여행이 좋은겁니다!

Korean Bulgogi restaurant alone

고기 등장…

이윽고 주문한 생삼겹살 4인분이 나왔다.

‘그래 고기에만 신경쓰는거야…….’

한점 한점 정성스레 굽다보니 밑반찬이 하나 둘 깔리기 시작한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소한 고기냄새는 체면이고 나바리고 안드로메다. 지글지글 싹뚝싹뚝 냠냠냠 먹기 바빳다.

Korean Bulgogi barbeque meat

한점 한점 집어 먹다보니 옆 테이블에 누가 앉든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급기야 아줌마를 불러 음료수를 시키는 여유까지 부렸다. 다른건 몰라도 유랑인은 적응력 하난 뛰어난 것 같다. 아프리카 오지에 던져놔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듯. 야생동물에게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야.

Korean Bulgogi House alone

근성

그런데 생삼겹살 4인분을 혼자 해치우긴 힘들었다. 고기 뿐이라면 모를까 상추며 밑반찬들…… 그래도 혹시 모를 솔로를 위해 남김없이 비웠다.

Korean Bulgogi barbeque complete

계산을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깔끔하게 잘 먹었다며 흐뭇해 하시며 막판에 사진까지 찍어주셨다. 다음에 오면 2인분 정도 시켜먹어야 겠다.

Korean Bulgogi barbeque meat certuficate

결론

모든일은 처음이 어려울 뿐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모태솔로이거나 재미난 경험을 해 보고 싶다면 여러분도 도전해 보시길. 혼자서 먹는 고기도 맛있더라.

 

초고작성 2012. 08.15 (최근수정 2012.12.17)

댓글 18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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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단하시네요
저도 혼자서 영화보고 혼자서 일반식당가서 밥먹고 다 하는데 고깃집만은 못하겠던데 ㅋㅋ
다음에 기회되면 색다른 경험삼아 혼자 먹어봐야겠어요 ㅋㅋ

ㅇㅇ 님도 용자이십니다. 저도 영화관이나 식당에서 혼자가는편인데 동지를 만난 것 같아 반가움이 밀려오는군요. 혹시 다녀오시거든 짤막한 후기 걸어주시면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잉 혼잔데 아주머니 인상이왜 찡그러졌을까요..ㅋㅋㅋ

ㅋㅋ 고기집에 들어가니 단체손님이 여럿있더라구요 ㅋㅋㅋ 혼자오는 손님은 먹는양도 적은데 자리만 차지하니 좀 곱게 안보였을지도 하하하..

ㅋㅋㅋㅋ선배 정말 대단하십니다 ㅋㅋㅋ
그건 그렇고 잘 계십니까??ㅋㅋ
전 영어는 여전히 전공으로 삼으면서 복수전공을 사회복지학과로 선택했습니다
ㅠㅠ그리고 만화는 다시는 안보고는 있어요…
이상한 인간덕에 ㅠㅠ사정이…
암튼 ㅋㅋ이런저런 잘 지내시네요 ㅋㅋㅋㅋ

정말 대단, 감탄… 나도 예전에 고깃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못들어가고 되돌아왔던 기억에…

막상 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안하던 짓을 했다는 뿌듯함? 비스무리한게 느껴질 정도죠.

혹시 가 보셨나요? 혹시 후기 적어놓으신거 있으면 기꺼이 구경 가겠습니다!!! 저도 한 번 해 보고 싶네요.^^

그럴리가요…ㅎㅎ 얼마전에 애슐리에 혼자 와서 밥 먹는 분은 한번 봤습니다. 당당하게 먹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그 분도 진정한 용자시군요!! ㅎㅎ 뉴트리노님은 어디까지 도전 해 보셨나요? ^^;;

ㅋㅋ. 전 가끔 CGV에 영화보러 혼자가서 맥주 커플셋트를 시킵니다. -_-;

맥주 2잔에 나쵸면 영화가 재미있으니까요…

그나저나 4인분 대단하십니다.

사실은 2인분만 시켜먹고 나오고 싶었는데, 역시 눈치가 아니 보일 수 없더라구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ㅋㅋ 저도 혼자 고기먹으러 가봐야겠네요~!!

님….왠지 분위기가 저랑 닮으셨네요….
님의 훨씬 더 귀여우시지만요…ㅋㅋㅋ
아 저도 아직 혼자고기집은 못갔는데…

하하 고맙습니다.
혹시나 보게되면 아는척 해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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