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전거 여행 #18] ‘누드’ 빼고 다 있던 대만의 야시장.

눈을뜨니 주변이 시끄럽다. 바깥을 보니 사람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중국식 무술(쿵푸 ?)을 연마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공원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라 한참을 구경하다 아침을 먹으러 갔다. 공원 건너편에 재래시장이 있길래 도시락을 벗어나 대만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대만의 재래시장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지만 먹거리가 많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밤새 공원 바닥에서 잤으니 차가워진 속을 달랠겸 죽 비스무리한 걸 사먹었는데…맛은 꽝이었다.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맹물을 마시는 느낌? 잽싸게 후루룩 마시고, 밥을 사 먹었는데 이것도 꽝이다! 야자수 잎에 넣어 찐 밥인데, 쓰다딘 한약재 맛이 나는게 아침으로 복용(?) 하기엔 아니었다. 거기에 쓴 맛도 제법 오래 남았다.(-_-) 결국 바나나 주스로 입을 헹구고 야채만두를 사 먹었는데 이건 맛있어서 맛 없는걸 먹은 억울함을 달래주었다.

Kaohsiung Market
카오슝 아침시장

텐트를 정리하고 카오슝에서 유명하다는 쳉신공원(호수)을 둘러보러 갔다. 어떤 블로그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놓았길래 가 보았는데 아름다운 경치는 ‘글쎄올시다?’. 보통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풍경(울산대공원이 훨씬 더 아름답다!!!). 입장료도 싼 편이 아니라 산책하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할 정도. 돈 낸게 아까워 구석구석 훑어보고 나왔는데, 마음 같아선 추천해 놓은 블로그를 폭파해 버리고 싶었다.(그래서 사진도 없다.-_-) 물론 그랬다간 코렁탕(쇠고랑) 먹을게 뻔하니 망상으로 끝내고 기분이라도 가라앉힐 겸 빙수를 먹으러 갔다.

‘먹는걸로 푸는거야~!!’

이번에 주문해서 먹은건 과일빙수. 지난 날 민경님이 사주신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것도 황홀함 그 자체였다.

Taiwan Fruit sherbet
대만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맛! 과일빙수!!

국수대접만한 큰 그릇에 각종 과일을 아낌없이 막 썰어 담아주는데 가격은 50원(2,000원)으로 무척이나 착했다. 우리나라 슈퍼에서 파는 1500원짜리 팥빙수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퀄러티!! 빙수 한 사발에 기분이 좋아진 유랑인은 공원 야영임에도 불구하고 꿀잠을 잤다.

덕분에 다음날은 늦잠을 자 버렸다. 일어나 보니 오전 열 시.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는데 눈에 띄는 곳에 텐트를 쳐놔 조금은 부끄러웠다.(쑥스) 허겁지겁 자리를 정리하고 타이난으로 향했다. 타이난은 대만에서 유명한 ‘소북 야시장(小北成功夜市/Xiaobei Nightmarket)’이 서는 곳이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작은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에 타이페이 이후로 야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서 더욱 그랬다.

Kaohsiung to Tainan
카오슝에서 타이난 가는길~ 아주 잘 뻗어있다.

타이난은 지금까지 돌아다녔던 난잡한(폭삭 낡은 빌딩사이로 차들과 오토바이가 복잡하게 얽힌) 도시와는 분위기가 다른 곳이었다. 깔끔한 거리, 깔끔한 건물, 질서 정연한 차들과 오토바이. ‘정녕 여기가 대만이 맞소이까?’라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야시장이 개장하기까진 시간이 있어 공자묘(공쯔마오)와 국립 문학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공자묘는 공자관련 유적이니 좀 더 크고 웅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소박함에 놀랐으며(물론, 중화문화권이라 색깔만큼은 전투적인 빨간색이었다. ) 문학 박물관은 대만의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문학작품과 다른 나라의 문학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작품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반가움이 밀려왔다. 기획 전시관엔 대만에서 사용했던 역대 교과서를 모아 놨던데, 중국어라 읽을 순 없었지만 학창시절의 즐거움은 상기시켜 주었다. 중국어를 알았으면 즐겁게 관람했을텐데…

Tainan Confucius
타이난 공자묘(공쯔마오)
Taiwan National Museum of literature
타이난 국립 문학 박물관

적당히 둘러보고 소북 야시장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게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는데 없는게 없다. DVD, 장난감, 옷, 먹거리, 생활잡화는 기본이고 사격장, 놀이장, 풀장, 일본식 잉어 건져올리기(?) 까지 있었는데 우리나라 시장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라 보는내내 눈이 즐거웠다. 뿐 만 아니라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팝송은 뽕짝이 울려퍼지는 분위기도 흥겨웠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웃음))

모처럼 둘러보는 야시장이니 식도락 탐험을 해 보기로 했다. 평소라면 한끼에 50원(2,000원)이 넘어가는 음식은 거들떠도 안 볼텐데, 여기선 70원짜리 치킨 스테이크, 35원짜리 터키 아이스크림, 대만 차(쩐주 차이나)등을 신나게 맛 보았다. 이것저것 다 해서 한 끼로 150원을 넘게 썻는데 대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여러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었기에 아깝지 않았다. (라고 쓰지만 다음날은 정말 처절하게 아꼈다.)

타이난 소북(Xiaobei) 야시장
타이난 소북(Xiaobei) 야시장

야시장을 둘러보고 잠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또 다른 볼거리가 유랑인의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편의점 오픈행사. 우리나라에선 풍선 몇 개 걸어놓고 끝낼걸 여기선 가수가 와서 노래를 부르는 등 마을축제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Taiwan convenience store open festival
대만의 화려한 편의점 오픈행사

관객을 위한 객석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세상은 넓고 재미나다는걸 다시금 실감한다. 즐거웠던 만큼 잠자리 운도 따라줘서 경찰서 안 휴게실에서 편안하게 텐트치고 잤다. 덕분에 경찰서에서 키우는 견공(?)님은 밖으로 밀려났다. (역시 묵념)

야영지1 – 카오슝 공원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이전편에서 소개했던 야영지와 같은 장소다.

야영지2 – 경찰서 휴게소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경찰서, 이번에는 차고가 아닌 건물안에서 텐트질!!  전보다 업그레이드 되었다. 전자기기 충전보장, 샤워OK, 안전OK.

Camp_in_sigang_police_station

이동경로 – 카오슝(Kaohsiung), 타이난(Tainan), 시강(Sigang)

Bicycle journey route Kaohsiung tainan xigang

초고작성 :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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