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전거 여행 #19] 사원축제에서 ‘비키니걸’을 만나다.(@@)

경찰서에서 맞이하는 아침. 며칠을 밖에서 야영하다 실내에서 자니 그 아늑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경찰관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텐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어이~ 아침이라도 먹고가지 그래? 잘 먹어야 환도(환따오)를 하지.” 밥밥밥!! 마음 같아선 한끼 얻어먹고 싶지만 지난 밤에도 간식이며 도시락이며 이것저것 많이 얻어 먹은지라 명함을 건네며 “한국오면 꼭 연락하세요”라는 인사로 대신했다.

Sigang police station
유랑인에게 식사를 권하던 경찰관님. 지금도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내고 있다.

경찰서를 나와 타이중을 향해 가고 있는데 뒤에서 “짜요!~ 짜요~!!(힘내요!!~ 힘내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보니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유랑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은 여러 트럭에 나눠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멀지않은 곳에서 축제가 열리는듯 했다. 구경이라도 하자며 따라가보니 우리나라의 읍 정도되는 마을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Taiwan Festival in Temple of Confucius

공자관련 축제 같았는데 마을은 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자전거 세운다고 고생을 해야 했지만 가이드 북에 나오지 않는 로컬(현지인)만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설레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원에선 공자에게 향을 피우고 무언가를 봉납(공양)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공자님 호강하시겠네) 사원 바깥에 마련된 특설무대(라고쓰고 공터라고 읽는다)에선 여러 사람들이 나와 저마다의 끼를 뽐내고 있었는데 그 끼라는 것이 하나같이 화려하다. 폭죽을 파파파팟 터뜨리며 용수철같이 덤블링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권’을 추면서 고량주 한모금 들이키더니 입으로 ‘화이어~~’ 하면서 불을 내뿜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유랑인에게 “짜요!”라며 인사를 했던 학생들도 뭔가 하긴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Lo siento mucho(정말 미안해요~ 묵념…)

Taiwan Festival in Temple of Confucius 04

Taiwan Festival in Temple of Confucius 03

우리나라의 절(사원)은 엄숙함과 경건함의 대명사라 부처님 오신 날 같이 경사스런 날에도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음식(절밥)을 나눠먹는 정도에 그치는데, 대만은 공자를 기리는 의식을 함과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어쩌면 이것도 공자님 즐거우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적인 요소도 녹아 있으니 보다 흥겨웠다고나 할까?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여기서 유랑인을 놀라게 했던건 다름아닌 여자댄서. 명색이 사원축제니 어느정도 겸손을 떨 줄 알았는데 대놓고 벗은 여자 댄서들이 와서 공연을 하는게 아닌가? 여기저기서 남자들의 함성이 들리는데 정말이지 이심전심인가보다.(웃음)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대만을 알아가는 것도 즐겁구나.

Taiwan Festival in Temple of Confucius 05
사원에서 공연하던 비키니 걸. 아쉽게도 공연사진은 못찍었다.

요 며칠은 유랑인에게 볼 복도 볼 복이지만 운도 따라주는 것 같다. 동부 해안지역에서 쎄가 빠지게(혀가 빠지게) 고생 했으니 여기서 요양하라는 하늘의 계시 일지도.(웃음) 축제를 구경하고 쩐주 차이나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가 오더니 “짜요!! 짜요!!” 라며 빵과 물이담긴 두툼한 봉다리(봉지)를 건네 주시는게 아닌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받아들고 멍하게 서 있는데, 뭐가 급하신지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떠나려고 하신다. 부랴부랴 “씨에 씨에!!”를 외치며 떠나가는 아주머니를 프레임에 담는데 성공한다.

Sigang to yunlin

Taiwanren very good

오늘은 축제를 구경한다고 하루를 다 소비해 버렸으니 타이중은 무리고 씨통마을(Cihtong Township)의 경찰서에서 묵어가게 되었다. 경찰서에서 재워 달라고 하는것도 이젠 일상이 되어 가는구나. 내일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된다.^^

야영지 – 씨통의 한 경찰서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경찰서는 최고의 명당. 전자기기 충전OK, 샤워OK, 안전OK.

이동경로 – 시강(Sigang), 신강(Xingag), 치통(Cihtong)

Bicycle travel Sigang Xingang Yunlin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