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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전거 여행 #07] 좋은일 있으면 나쁜일도 있는 법 (아소->타케타)

구마모토 이후로 편하게 쉬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뒹굴고 싶지만 한낮에 움직이다간 지옥이 펼쳐질게 뻔하니 오이타(大分)를 향해 서두른다.

Aso_Youth_Hostel

호스텔을 떠나기 전

바람도 시원하고 구름도 적당한 게 자전거 타기엔 딱이다. 아소산만큼은 아니지만 쌔빠지게 오르막을 타야 하는만큼 한시름 덜었다. 기슭으로 내려와 마지막으로 아소산을 담았는데 푸른 논밭이 어우러진게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산 기슭에서 바라본 아소산

산 기슭에서 바라 본 아소산

아소시 시내를 벗어나니 기다렸다는 듯 오르막 등장. 아소산보다 난이도는 낮지만 오르막은 역시 힘들다. ㅠㅠ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안 보이는데 언제쯤 끝날고?

아소에서 타케타 가는 57번 국도

타케타 가는 57번 국도.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쌔빠지게 두 시간을 올라가니 오르막이 끝났다. 그런데 오이타까지 81km나 더 가야 한다. 오늘 안으로 갈 수 있을까?

오이타까지 81km를 남겨놓은 지점

오이타까지 81km를 더 가야 한다.

이정표를 지나니 말로만 듣던 미치노에키(道の駅 – 우리나라로 치면 자동차 휴게소)가 보였다. 일본 자전거 여행기를 읽어보면 ‘자전거 여행자의 친구’라고도 하던데 실제 둘러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미치노에키

말로만 듣던 미치노에키(道の駅)와의 첫 만남

24시간 화장실 개방에 텐트를 쳐도 남아도는 공간에 음료나 물을 조달하기 좋은 건 기본. 괜찮은 곳은 간이 휴게실과 세탁시설까지 있으니 야영 할 일이 많은 자전거 여행자에엔 더할나위 없어 보였던 것. 게다가 밤새 차를 세우고 잠을 자는 운전자도 많으니, 마을이나 공원에서 텐트치는 것에 비해 눈치가 덜 보인다는 점도 플러스다. 여기서의 첫 경험은 시코쿠(四国)를 빠져나올 무렵 하게되니 그때 다시 소개하려고 한다.

때마침 미치노에키에서 지역 농산물 바자회가 열리길래 간만에 몸에 좋은걸 한 번 먹어 보기로 했다. 일본와서 매일같이 편의점 도시락이나 카레 같은 인스턴트로만 때우는데 이러다간 몸이 성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미치노에키

미치노에키 – 지역 농산물을 팔고 있었다.

당근, 수박, 버섯 등 여러 가지가 있던데 칼이 없던 우리가 고를 수 있는 건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섞어놓은 팩이 전부다. 된장없이 오이를 먹을라니  죽을 맛이지만 방울 토마토 덕에 그럭저럭 먹을 수 있었다. 비타민 보충은 했으니 잘 된 거지?

구마모토산 오이와 방울 토마토

오이+방울 토마토. 구마모토 마스코트 쿠마짱이 찍혀있는 게 인상적이다.

미치노에키에서 10분을 가니 타케타(竹田)에 들어왔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타케타는 아소와 오이타(大分) 사이에 있는 도시로 시경계를 넘을 때 흔히 나오는 환영문구가 아닌 경찰견이 경례하며 ‘타케타의 안전은 우리들로부터’라고 적힌 게 특이했다. 산골이라 치안이 나쁘지도 않을텐데….

Good_bye_Aso_Welcome_Taketa

굿 바이 아소, 웰컴 투 타케타.

타케타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

푸른 하늘과 시원하게 뻗은 도로는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는 것 같다.

오이타 가는 방향에 오카성터(岡城阯)가 있다길래 들렸다. 성터라고 하면 황량한 벌판에 안내판 하나 세워놓은 걸 떠올리기 마련인데, 여기는 천수각 같은 성채만 없을 뿐 성벽은 건재했고, 주변 풍경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Ankor Wat) 못지않은 신비마저 느껴지니 판타지 게임을 좋아하는 나로선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오카성터 주변에 있는 산. 제일 낮은 게 1,357m니 여기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짐작 할 수 있다.

오카성터 주변에 있는 산

오카성터 주변에 있는 산

좋은일 있으면 나쁜일도 있다더니 오카성을 나온지 한 시간도 안되 잘 가던 사촌동생 자전거가 갑자기 터졌다. (펑크가 났다.)

이상하리만큼 하루가 잘 풀린다 했는데 역시나 이런 게 없으면 섭하다. 왜 이렇게 자주 터지는걸까? 대만에서도 우리나라에사도 손가락에 꼽을 일을  일본에선 매일같이 이러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촌동생 자전거는 바람 넣는 방식이 내 자전거와 달라서 내가 가져 온 펌프를 사용 할 수 없었던 것. 여분으로 가져온 펌프도 마찬가지라 할 수 없이 마을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초조하고 불안하다.

자전거 펑크

이게 벌써 몇 번째냐 – 펑크와 사투를 벌인 흔적. 손이 시꺼멓다.

다행히 마을은 멀지 않아 30분 정도 내려가니 우리나라 면 같은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자전거 집이 있어 펑크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수리비가 자그마치 4,000엔이나 한다. 장비만 있으면 고칠 수 있는 걸 6만원이나 줘야 한다니 속이 쓰리다.

“아저씨 깎아주시면 안될까요?”라며 부탁해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소레와 다메데스”(그건 안돼) 그래도 우리가 측은해 보였던지 수리를 마친 아저씨가 펌프 변환 어댑터를 하나 챙겨 주셨는데, 아저씨가 준 어댑터는 여행 중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액땜한 셈 치자.

수리가 끝나고 나오니 땅거미가 내린지 오래. 도시라면 몰라도 산골에서 야간라이딩은 위험할 것 같아 하루 묵어갈 생각으로 텐트 칠 자리를 찾아보지만 적당한 데가 없어 자전거 집에 돌아가 도움을 청했다. 아저씨는 경찰(?)을 부르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경찰은 순찰차로 캠핑장이 있는 곳까지 에스코트 해 주는데(깨알같은 여권검사는 덤), 피서나온 일본인 가족도 있어서 부담없이 텐트를 칠 수 있었다. 내일은 오이타로 가는데 더 이상 펑크가 안 나고 순탄하게 진행되길 바라며 잠에 들었다.

야영지 : 타케타 나카지마 공원(竹田-中島公園)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밤에 밥 먹을때 벌레가 설치는게 흠이지만 낮엔 물놀이를 할 수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어 추천 할 만하다.

이동경로 : 아소(阿蘇) -> 타케타 – 나카지마 공원(竹田 中島公園)

일본 자전거 여행 6일차. 아소(阿蘇) -> 타케타 : 나카지마 공원(竹田:中島公園)

일본 자전거 여행 6일차. 아소(阿蘇) -> 타케타 : 나카지마 공원(竹田:中島公園)

2 thoughts on “[일본 자전거 여행 #07] 좋은일 있으면 나쁜일도 있는 법 (아소->타케타)”

  1. 으스름달 says: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하고 있어요! 🙂

    1. 유랑인 says:

      으스름달님 댓글 감사합니다. 8편을 방금 올렸으니 시간나면 읽어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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