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에 익숙해지니 일찍 눈 뜨는 건 일상이 된다. 캠핑장이니 느긋하게 일어나도 되는데 말이지….
밍기적 거리다 지난 날 미용실 아주머니가 주신 재료로 아침을 만들어 먹었는데, 제대로 된 조리도구가 없으니 어육 소시지 찜 같은 괴식이 탄생하고 말았다. 거기에 매실 장아찌와 된장을 곁들어 먹으니 극단적인 시큼함과 짠맛이 더해지니…. 이 이상 설명은 생략.
후식으로 토마토가 없었으면 어떻게 먹었을까 싶다. 하지만, 밥 먹을 데가 없어 헤매던 우리를 위해 쌀과 부식을 챙겨주신 아주머니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근성으로 밀어 넣었다. 1)사족을 달자면 음식을 받을땐 너무 고마워서 아무 생각없이 받았는데, 빨리 안 먹으면 상하는 것들이 많아 이렇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가 있는것도 아니니….
밥을먹고 몸이라도 풀겸 계곡에 물놀이를 하다 오이타로 출발했다. 출발 전 ‘아무 일 없이 달릴 수 있기를 ….’ 기도를 잊지 않는데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그간 엄청나게 시달렸으니까.
오이타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지만 내리막이 대부분이라 네 시간 만에 도착했다. 가던 중 특이한 판매대에 눈길이 갔는데, 지키는 사람은 없고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알아서(?) 돈을 넣는 방식이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신용카드 쓰기 어렵다던 일본에 이런 게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인심 좋다는 우리나라 시골에도 없을 정도니까.
모처럼 일찍 오이타에 도착했으니 시내에서 머물렀다 갈 생각도 했지만, 시코쿠행 페리가 출발하는 사가노세키가 멀지 않은지라 그대로 랑데부~~!! 오르막이 약간 있지만 한 시간 정도 밟으니 페리 선착장까지 5km 남았다는 안내판이 나왔다.
페리는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매시간 간격으로 밤 11시까지 운행하니 도시락을 먹으며 여유롭게 있다가 배에 올랐다. 안전을 위한 조치인지 화물차, 승용차가 먼저 타고 우리와 일반 승객은 나중에 들어가게 했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니 직원이 항해 중 넘어지거나 긁히지 않도록 고정하고 모포 비스무리한 것을 씌워 주었다. 자전거 운임을 따로 받으니 델리케이트하게 다뤄 주는 것 같다.
시코쿠 미사키(三崎) 까지는 70분 남짓한 단거리 항해라 선실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재빨리 콘센트를 하나 차지하고 그동안 못했던 보조 배터리와 핸드폰 충전을 했다. 얼마나 전기에 굶주렸는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애처로워 보인다.
큐슈가 점점 멀어진다. 연이은 펑크나 폭우에 여행을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았지만, 1,500m가 넘는 아소산을 오르면서 해냈다는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등 짧지만 많은 것을 선물해 준 큐슈.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부산에서 일본행 배를 타던 그 때를 떠올리며 우리는 순례자의 섬 시코쿠(四国)로 향한다.
시코쿠에선 순례자와 함께 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거나, 아무 생각 없이 밤 하늘을 바라보는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시코쿠에서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동경로 : 타케타 나카지마공원(竹田 – 中島公園) -> 니시우와 미사키(西宇和郡 – 三崎)
↑1 | 사족을 달자면 음식을 받을땐 너무 고마워서 아무 생각없이 받았는데, 빨리 안 먹으면 상하는 것들이 많아 이렇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가 있는것도 아니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