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떠나는 날이 왔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작년에 받아놨지만 이것저것 준비 할 시간이 필요해서 비자 만료일을 이틀 남겨놓고 턱걸이로 출발하게 되었다. 영국같은 나라는 비자를 받고 몇 개월 안에 출국해야 하는데 일본은 준비기간이 넉넉해서 좋다.
울산 태화강에서 출발하는 공항 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한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밤 잠을 설쳤기에 공항까지 가는동안 눈을 붙였다.
메르스의 영향인지 김해공항은 한산했다. 보딩패스 받고 수화물 부치는게 10분도 안되서 끝났다. 출국장 입구도 한 두 명 띄엄띄엄 들어가는 정도라 2층에 있는 공항카페에서 점심 먹을 겸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조금 늦게 나올 걸. 괜히 서둘렀네’ (웃음)
메르스 영향으로 여행경기가 울상이라던데 정말인가 보다. 부산에서 인기많은 오사카행 노선인데 공기수송 제대로 보여주었다. 몇 백명 정원인 비행기에 탄 사람은 30명도 안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간사이 공항(関西空港)은 상황이 달랐다. 메르스 환자가 없는 일본의 입국장 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었다. 나는 중장기 체류(中長期在留)라 입국심사가 다른 사람보다 길어서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장기비자로 들어 오면서 왜 호텔주소를 적었냐는 입국심사관의 질문이 날카로웠는데, 호텔에 머물며 집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하니 입국허가 도장을 찍어 주고 재류카드(在留カード)를 그 자리에서 발급해 주었다. 그러면서 90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라고 했다.
공항을 나와 교토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일본에 가는 건 1시간 30분 밖에 안걸리는데, 공항에서 이것저것 수속 밟고 현지 이동시간 등 합치니 밤 10시가 지나 교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은 피곤하니 부동산 탐색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호텔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