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전거 여행 #11] 목숨걸고 넘은 위험천만한 산길.

Dongao Temple
동아오에서 하룻밤을 재워주셨던 주지(사원) 할아버지

편안한 침대 따뜻한 샤워는 정말 꿀이었다. 하룻밤 재워주신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마을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난지 불과 5분 눈 앞에 턱 하고 놓여있는 산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 길이 아니면 화롄으로 갈 수 없으니(묵념). 그저 열심히 올라간다. 끌바(자전거 끌기) 타고가기를 반복하면서.

동아오에서 화롄까지의 길은 정말 위험했다. 개한테 쫒기는 악몽은 없었지만 낙석사고가 많은지 도로 위에는 낙석방지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거기에 떨어진 낙석도 제법 많았다. 화물차는 굉음을 울리며 빠르게 지나가고, 터널은 많기도 많지만 길기도 긴데다(1,000m를 넘어가는 터널이 많음) 오르막 형태도 많아 자전거 라이더에게 위험한 건 골고루 모다놓은(모아놓은) 길이었다.

Dongao Hualien Seaside Road 2
화롄/화리엔 가는 길 ~ 정말 위험했던 길

터널을 통과하기 전에는 뒤에 화물차가 오는지 항상 살폈으며 고단기어로 재빨리 통과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오르막 터널에선 그런거 없다. 운명에 맡기는 수 밖에… 터널에서 화물차가 울리는 괴물같은 크락션 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대만은 대부분의 도로에 자전거/오토바이 길을 설치 해 두었지만, 동부해안 2번, 9번 국도(이란에서 화롄/화리엔 까지)는 어지간하면 우회하길 권한다. 여럿이 가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혼자가는 건 도시락을 싸서라도 말리고 싶다. 정말 위험한 터널은 입구부터 ‘자전거 통행금지’라고 붙여놨다.

그렇게 숨을 고르면서 나아가는데 멀찌기 자전거 여행자 두 명이 보였다. 프랑스 여자였는데 이란에서 출발해 화롄까지 가는 길이라고 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고 하니 아직은 할 만하다고 하더라. 과연 유럽인~ 전투력이 강하다…!! 그래도 유랑인은 남자기 때문에 그녀들을 에스코트 하면 뭔가 특별한 썸씽(Someting). 즉 ‘여자 친구가 되진 않을까’라는 망상을 하면서 일부러 천천히 달리며 뒤를 돌아 보기도 했지만 그녀들의 속도가 너무 느려 그냥 가는걸로 했다.

Urangin met French woman in Dongao Hualien Seaside Road

‘조금만 성깔 죽이고 잘 에스코트 했다면……썸씽이……썸씽이……OTL’ 이렇게 유랑인은 여자친구 만들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고, 2011년에도 2012년 2013년 연속 솔로 진행형이다. (아…눈물 좀 닦자…)

화롄(화리엔)에 들어오니 밤이었다. 경찰서에 하룻밤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고 밤거리를 방황하는 신세가 되었다. 경찰서에도 유랑인이 안쓰러웠는지 저녁이나 먹고 가라며 쌀 국수와 간식거리를 챙겨주었다.

In Hualien Police Station
경찰서에서 유랑인에게 베풀어 주신 식량. ^^

그렇게 저녁을 얻어먹고 시내방향으로 나가보니 Wi-Fi가 잡히길래 숙소를 검색 해 보았다. 하루 300원짜리 호스텔이 나오길래 2시간 넘게 찾아 다녀지만 나오지가 않는다. 그러다 같은 처지의 외국인 배낭 여행자를 만났다. 미국 여자와 체코 남자로 구성된 그룹이었는데 놀랍게도 나와 같은 300원짜리 숙소를 찾아 헤메는 중이었다. (유유상종) 그들과 이야기 끝에 다른 숙소를 알아 보는데 우리들의 눈 앞에 잡히는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호텔’.

Night of Hualien
화롄/화리엔의 밤 풍경… 숙소 찾아 삼만리~

‘호…호텔?!! 유랑인이 돈이 어딨어..-__ -++’ 유랑인이 다른 델 가자고 눈짓을 주었지만, 체코 남자는 지금은 자정에 가까우니 흥정해 보자고 했다. ‘호텔이 흥정 이라니…장난?’ 이라고 생각하며 호텔로 들어섰다. 프론트에서 숙박요금을 물으니, 한 사람당 1,000원(44,000원)씩 내라고 한다. 이것도 싸게 주는 거라면서. ‘이런 미친……’ 하루예산 2~300원으로 여행하는 유랑인에겐 잠 한번 디비자는데 1,000원이나 내라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1,000원이면 4-5일치 밥 값이라고..-__-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 자정인데…어쩌고 저쩌고……8시간 밖에 못 있는 건데 좀 싸게 주는게 맞지 않냐는 식으로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체코 남자의 현란한 말빨에 프론트 직원은 적잖이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여기에 유랑인이 ‘자전거 타면서 맨날 노숙만 했다. PLZ…’로 쐐기를 박으니 한 사람당 300원(12,000원)씩만 내라고 했다. “브라보~!!!!” 호텔하면 정찰제. 흥정과는 거리가 멀 줄 알았던 고정관념이 한 순간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올해 대만에 유학을 왔다는데 학기시작 전 일주일간 대만을 여행한다고 했다. 다음날 화롄의 유명한 공원을 둘러보고 이란으로 간다고 했다. 유랑인이 이란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하니 거기는 어떤지 물어보길래, 자전거 수리를 위해 들린 곳이라 관광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란 자연 박람회’가 있으니 가 보라는 식으로 조언해 주었다.

Urangin met foreigner in hualien
대만에 유학을 온 외국인 여행자와 한 컷

이 외에도 13일간 대만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 느낀 점 등을 이야기 해주니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 자기도 언젠가는 자전거 여행에 도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랑인은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면 꼭 연락해 달라는 의미로 ‘명함’을 건네 주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맥주가 참으로 맛있는 날이다. 힘든 여정을 계속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의 추억을 다른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것다는 것이 즐거워선지도 모르겠다. 혼자하는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고 여러가질 생각하게 해 주지만, 이렇게 글이라는 형태로 남기지 않으면 서서히 잊혀지는 ‘메아리’고, 함께하는 여행은 파트너와 중간중간에 사소한 대립은 있을지언정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과는 언제든지 그 추억을 안주삼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둘이서 여행하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왕따를 겪은 후 사람과 어울리는게 부담스러워 ‘휘말리는게 싫다’는 이유로 ‘혼자만의 여행’을 고집 했는데, 사람은 어울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그런 진리를 배우는 것 같다. 혼자를 고집하던 유랑인이 난생 처음으로 ‘함께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복창. 오늘의 맥주는 정말 맛있구나…^^

Urangin Drink beer wite foreigner in hualien

숙박지 – 화롄(화리엔)의 한 호텔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온수 샤워, 편안한 침대, 시원한 에어컨, 시원한 맥주 with 좋은 사람들. 여기가 천국이지 지옥이랴. 

여행경로 – 동아오(DongAo), 화롄/화리엔(Hualien)

Route Dongao Nanao Hua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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