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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전거 여행 #05] 폭우가 쏟아지던 날, 시련 속에서… (구마모토 -> 오즈마을)

구마모토 성(熊本城)과 울산마을(蔚山町)을 둘러보고 아소산 가는길.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 지더니 한 두방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구마모토를 벗어날때만 해도 화창하길래 비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정말로 내릴줄이야. 일본 기상청은 적중률이 높다던데 사실인 듯 하다.

구마모토 울산마을

몇 시간 전만에도 화창했던 날씨가…

폭우가 쏟아지기 전

순식간에 이렇게 변했다.

그래도 가랑비라 페달질 하는덴 큰 문제가 없어서 계속 나아가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가랑비가 폭우로 돌변했다. 도로엔 물이 흘러내렸고, 거센 빗방울이 안면을 강타한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하지만 사방이 첩첩산중이라 그런 곳은 찾기도 어려웠다. 주변의 나무는 비를 피하기엔 너무 작았고 비박을 하자니 사방이 물난리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빗속을 뚫으며 묵묵히 나아갔다. 위험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고 가는데 일본 운전자들은 우리가 있는 곳을 지날 땐 속도를 늦춰줘 흙탕물 세례를 받지 않게 해 주었는데, 작은거지만 그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 갈 수 있었는지도…..

임도를 따라가다 보니 조그만 갈림길이 보였고 안쪽으로 민가 하나가 보였다. 지붕 달린 주차장이 있는 집이라 폭우를 피해가긴 좋아 보였다.

아소산 가는 길에 쏟아진 폭우

자전거 타다 이렇게 쏟아지는 비를 맞았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없다.

밖이 소란스러워 집주인이 잠깐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비를 피하는 우리를 보고는 말 없이 들어갔다.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다. (감사할 따름이다.)

좀 기다리니 폭우도 잠잠해지길래 페달을 밟았는데 어디선가 “퓨욱”하는 소리가 났다. 아래를 보니….

비오는날 자전거 바퀴가 또 터졌다. 펑크 어게인.

하늘이여 이래도 되는 겁니까? …..

‘…….오늘도냐……하하하하하…..’

어제에 이어 또 터진 펑크에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데, 그것보다 앞으로 어떡할지가 문제였다. 펑크를 때우지 않으면 달릴 수 없고, 때운다 해도 비 때문에 본드가 붙지도 않으니 하나마나.

‘그만둘까…..?’

모든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어가고 있으니 자전거 여행 사흘 만에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불과 몇 시간 전 에어컨 빵빵 터지고 밥까지 나오는 호텔에 있었는지라 지금 상황이 더욱 서럽고 복받쳤다.

하지만, 첩첩산중에 버스나 철도가 다닐리가 없고 히치하이킹을 부탁 하기엔 짐이 너무 많아 최소 사람이 살고있는 마을까지는 자력으로 이동해야했다. 어떻게해서든 마을까지 가야한다는 일념하에 비가 오든말든 펑크를 때우고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았다.

한 시간을 달리니 마을이 보였다. 한국에 있을 땐 사람 바글바글한 동네는 질색이었는데, 일본에선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한국에 있었으면 이런 기분은 절대 느낄 수 없었겠지.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자전거도 기력을 다 했는지 때웠던 부분이 다시 터졌다.  (…..)

비가 계속 내렸기에 펑크 수리는 일단 미뤄놓고 마을로 들어갔다. GPS를 보니 아소(阿蘇市)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오즈마을(大津)이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오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곳이지만, 무언가에 휩쓸려 오즈에 떨어진 건 도로시나 우리나 다를 게 없는지라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 장소가 시궁창이냐 동심 가득 모험의 세계냐는 제쳐두고 말이지.

기쿠치군 야영지

동심과는 아득히 먼 현실 속 ‘오즈마을’

오즈마을(大津町) 중심엔 공원이 있었는데,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와 공중 화장실이 있어 하룻밤 묵으며 자전거를 정비하기 좋았다. 평상에 자전거를 올려 타이어와 튜브를 분리해서 살펴보는데, 타이어에 이상한 금속물체가 박힌게 자세히 보니 못이었다. 어떻게 박힌건진 몰라도 섬뜩하기 그지없다.

bicycle_puncture_repair

자전거 펑크수리를 하면서 식겁했던적은 처음이다. 못이 박혀있을 줄이아…

펑크 수리를 마치니 밤이 되었다. 슈퍼에서 마감세일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집어와 주린 배를 채우고, 사람이 없는 틈에 공중화장실에서 후다닥 샤워와 빨래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씻지 못했다면 오만가지 육두문자가 나왔을텐데 그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japanese_bento_haif_price

저녁밥. 도시락에 붙어있는 반값 스티커가 인상적이다.

연속된 시련을 겪어서 그런지, 피로 앞에선 장사 없다고 눕자마자 코 골며 잠들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접을 생각으로 마을까지 온 건데 어찌 유야무야 된 것 같다. 어제 오늘로 액땜을 했으니 이제부터 좋은 일만 생기겠지? 그렇겠지?

야영지 : 오즈마을 주민교류센터(大津町町民交流施設)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오즈마을에 도착하던 당일엔 몰랐지만, 다음날 아침 코앞에 전철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침부터 사람들 왕래가 많은데 철판 100%깔 자신이 있으면 별 다섯개도 부족하지 않다. 공중화장실도 깨끗하며 정자가 있어 빨래를 널어놓거나 비를 피하기 좋다. 야영지 이름이 주민교류센터라고 되어 있는데, 거기에 딸린 부속공원이라 그렇다. 구글 지도에는 오즈마을 주민교류센터로 나오니 참고.

이동경로 : 구마모토(熊本) -> 키쿠치군 : 오즈마을(菊池郡 : 大須町)

일본 자전거 여행 4일차. 구마모토 -> 키쿠치군 오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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