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 #04] 구마모토에서 만난 인연 (야나가와 -> 구마모토)

일본에 온 이후 처음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 찝찝하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고 최고다! 지난 밤 친척 동생과 망을 보며 공중화장실에서 샤워한 보람이 있다.

텐트친 곳이 족욕장인데 이걸 내비두고 그냥 가긴 아까우니 발을 담궜다. 뜨끈뜨끈한 온천수에 발만 담그기만 했는데도 피로가 가시는게 페달질 한다고 피로가 엄청나게 쌓였나 보다. 마음 같아선 몸 전체를 푹 담그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있어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길바닥에 텐트치기 보다 난이도가 낮음에도 새가슴이 되는구나. (웃음)

출발하려고 짐을 꾸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오시더니 고생한다며 빵과 주스를 한 움큼 쥐어주셨다. 어제는 뱃사공 아저씨가, 오늘은 할머니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는데 “고맙습니다”라고 하고 감사하게 받았다.

[야나가와] 할머니가 주신 음료수와 빵
할머니가 주신 음료수와 빵
야나가와는 관광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관광지 답지않은 평온함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지에서 흔히 보이는 호객행위나 바가지는 물론,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것도 없다. 평범한 마을 사이로 난 물길을 따라 배를 움직이는 뱃사공과 있는 그대로의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이 전부.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재일교포 송미경 님과 약속이 있어 뱃놀이 코스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야가나와 시내를 빠져나오니 정오. 구마모토까지는 50km 를 가야 하는데 어제처럼 사방이 트인 길이라 내리쬐는 땡볕이 장난 아니었다. 온몸이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늘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결국, 자전거가 견디지 못하고 펑크가 났다. 사람도 더워서 미칠 지경인데 자전거는 오죽하랴. 좋든 싫든 펑크를 때워야 갈 수 있는데 달궈질 대로 달궈진 아스팔트에 엉덩이 붙일 생각을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묶었던 짐을 풀고 바퀴를 분리. 거기서 타이어와 튜브를 분리해 구멍 난 부분을 때우고 구멍날 요소가 있는지 찾아보고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데, 옆에서 차들은 쌩쌩 잘만 달리니 얄밉기 그지없다. 차가 뭔 죄겠냐만….

자전거 펑크 수리
뜨거운 길바닥 위에 앉아서 펑크 때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

펑크 뿐이면 얼마나 다행일까? 자전거 도로까지 끊어졌다. (……) 무시하고 갈 생각도 했지만 고속도로와 이어지는 길이라 시키는대로 돌아가야 했다. 펑크수리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는데 길도 끊어지고 약속시각은 다가오고….

끊어진 자전거 도로
자전거는 갈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써있다.

그래도 어찌어찌 구마모토 시내에 도착하는덴 성공했다. 광속으로 페달을 밟았기에 사이에 있는 도시 두 군데는 스쳐가다시피 했지만….

약속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송미경 님은 개의치 않고 우리를 맞아 주었다. 초면임에도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호텔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중국 요리집에 데려가 코스요리까지 시켜주셨는데, 여행경비를 아끼려고 마감세일 도시락같은 인스턴트로만 연명해 왔던 우리로선 눈물 날 정도.

문제는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이야기는 뒷전이 된 것. 그래도 이 여행기를 통해 그때의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늦은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건 이런 분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진작 포기했을지도 모르니까.

저녁을 먹고 구마모토 상점가를 거닐다 호텔로 돌아왔다. 그 동안 못했던 전화통화도 하고 여행기록을 정리하는 등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시내에 있는 구마모토성(熊本城)과 울산마을(蔚山町)을 둘러보고 아소산(阿蘇山)으로 향할 예정이다. 비가 온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될 일이고 일단은 편하게 자자~!

숙박지 – 토요코인 토오리쵸스지(東横INN 城通町筋)

말이 필요하겠는가? 별 다섯개다. 얼마만에 보는 침대냐~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이동 경로 – 야나가와(柳川) -> 구마모토(熊本)

일본 자전거 여행 3일차. 야나가와 -> 구마모토
일본 자전거 여행 3일차. 야나가와에서 구마모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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