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国) 최북단 이마바리(今治)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해안선을 따라 시골길이 이어지는데 순례자의 섬답게 곳곳에 배려의 흔적이 눈에띈다. 순례자처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해 놓거나 쉼터를 마련해놓거나 하는 등. 우리는 순례자가 아니지만 비슷한 입장인 그들을 보듬어 주려는 시코쿠 사람들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길을 가는데 멀리서 삿갓쓰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지팡이를 짚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게 딱 봐도 순례자다. 마지막까지 못보고 가면 어쩌나 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된 것. 얼마나 반갑던지 온 동네가 울릴 정도로 “스미마센~~ 스미메센(잠시만요~~잠시만요~!!)”하며 불러 세웠다.
갑자기 불러 세웠음에도 그는 내색하나 하지 않고 엄지 손가락을 세워가며 사진찍기에 응해주셨는데, 순례자를 만나고 싶었던 나로선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 급한 일이 있는지 사진을 찍자마자 가버리는 바람에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만난 게 어디냐~!!
소원성취1)아무 생각 없이 밤하늘 바라보기, 순례자 만나기를 한 덕분인지 페달도 가볍게 돌아간다. 이마바리까지 20km 남은거 보니 한 시간만 더 가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순경 아저씨로부터 태풍 소식을 들었다. 화창한데다 바람도 안 부니 설마하고 있는데, 그가 보여준 핸드폰 화면은 심상치 않다. 사촌동생 학교 문제로 시간을 끌 수 없어 움직이긴 해야 겠는데, 지옥체험은 아소산 갈 때2)구마모토에서 오즈마을까지 가는 여정. 여행기 5편 참조.로 충분하니 일기예보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움직이기로 했다.
생각보다 일찍 이마바리에 도착했기에, 시코쿠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하자는 의미로 계획에 없던 이마바리 성(今治城)에 들렸다.
이마바리 성은 기대이상이다. 오사카나 구마모토 성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일본에서 봤던 성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다.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한 동안 넋 없이 바라봤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스케치 포인트’라 써놓은 안내판까지 있을 정도인데, 그림 그리기 좋아한다면 꼭 가보기 바란다.
성을 둘러보고 나와도 시간이 남으니 내친김에 오노미치3)혼슈로 연결되는 도시 방면으로 더 가보기로 했다. 오노미치는 세토내해(瀬戸内海4)혼슈와 시코쿠, 규슈 사이에 있는 바다.를 사이로 이마바리와 마주보는 혼슈의 관문으로, 우리는 이 둘을 잇는 시마나미 해안도로(しまなみ海道)를 달리게 된다.
다리를 건널 땐 통행료를 내야 하는데, 시마나니 해안도로에 있는 모든 다리가 다 그렇다. 규모와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50~200엔 사이로 비싼편. 5)그래도 자동차에 비하면 엄청 싼거다. 자동차보다 수가 적으니 자율적으로 넣고 지나가게 되어 있다. 잔돈이 없어서 2번 정도 그냥 지나친 적이 있지만 일부러 그러지는 말자. 6)2011년 당시 잔돈교환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다리를 건너니 시마나미 해안도로의 첫번째 섬 오오지마(大島)가 우리를 맞이한다. 때마침 자전거 여행자의 친구 미치노에키(道の駅)가 보여 텐트를 치고 하루 묵어갈 수 있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시마나미 해안도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는데 일본인 자전거 여행자가 극찬한 그 길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야영지 : 미치노에키 생생한 바다점(道の駅 うみのいきいき館)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미치노 에키답게 잠자리는 쾌적하다. 바다가 보이는 넓직한 공터는 기본이고 장애인 화장실에는 호스까지 달려 있으니 제대로 된 샤워까지 가능했다. 비데가 있어서 뒤처리도 깔끔한건 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장애인 화장실을 많이 이용 했지만, 이렇게까지 만족을 주는 곳은 없었다. 거기에 콘센트도 있으니 핸드폰과 보조 배터리 충전도 문제없다. +@로 모기도 없으니 천혜의 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