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마쓰야마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해안선을 따라 가기만 하면 되는 길이라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신나게 달렸다. 해수욕장 잠깐 멈춰서 피서온 기분을 맛보기도 하면서….
세 시간을 달려 마쓰야마 시내에 들어선다. 마쓰야마는 온천가(温泉衙)를 비롯해 오래된 불교사찰, 움직이는 시계탑, 상점가 등 볼거리가 산재해 구마모토 이후 모처럼 관광객으로 변신해 본다. 온천가를 시작으로 상점가, 절 등을 순서대로 둘러보았다.
마쓰야마 온천가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호우곤지(宝厳寺)1)우리식으로 읽으면 보엄사와 이시테지(石手寺)2)우리식으로 읽으면 석수사같은 유서 깊은 고찰(古刹)도 많았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궤를 같이할 정도니까. 다만, 천년만년 보존된 건 아니고 전란이나 화재로 소실된 적이 있어 다시 지었다고 한다. 이건 우리나라의 고찰도 마찬가지니….
특히 이시테지는 옛스러움이 묻어나면서도 일본에서 보기드문 동남아식 파고다3)우리나라로 치면 절에 있는 석탑정도가 되겠다.와 앙코르 와트에서나 볼법한 벽화가 있는 게 특이했다. 4)앙코르 와트는 처음 지어질 때 힌두사원이었으나 나중에는 불교사원으로 쓰였음. 파고다에 새겨진 문자도 미얀마나 캄보디아에서 사용되는 문자 같았다. 일본불교는 백제 영향을 많이 받은걸로 알고 있는데 전부가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이시테지 절은 일본 불교에 있어 중요한 곳인듯 곳곳에 불상이 산재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종류도 다양한데 그 숫자는 영천 만불사 못지않을 정도.
순례자에게도 중요한 성지인 듯. 마쓰야마에서 순례자 석상을 세워놓은 절은 많았지만, 입구에 세워놓는 정도지 여기저기 세워놓는 경우는 드무니까. 그런데, 여기서도 순례자를 만날 순 없었다. 순례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건가?
마쓰야마의 절과 거리를 둘러보고 나오니 해가 지려고 한다. 시내인근에 호리에 해수욕장이 있어 거기서 하루 머물렀다. 내일은 시코쿠의 최북단 이마바리(今治)로 향한다. 여기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나야 한다니…. 순례자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야영지 : 호리에해수욕장(堀江海水浴場)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피서철이라 눈치 보며 씻느라 고생 좀 했지만, 모기가 없어 쾌적하고 편의점도 근처라 생필품 조달이 편했다.
이동경로 : 이요(伊予) -> 마쓰야마(松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