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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전거 여행 #04-1] 울산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마모토를 거닐다.

일본와서 처음으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 아늑함은 야영생활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푹신푹신한 침대, 빵빵한 에어컨, 잘 터지는 인터넷, 아침밥 제공… 이곳이 진정 천국이요 극락이로다.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서니 열풍이 안면을 강타한다. 바로 뒤에 호텔이 있지만 돌아갈 순 없으니 (=돈이 없으니) 갈 길은 가야한다는 명목으로 느릿느릿 구마모토 성으로 향했다.

구마모토 토요코인 조식

호텔에서 나온 조식. 초라해 보이지만 인스턴트 카레로 때우는 것보다 100배 낫다.

구마모토 토요코인 토오리쵸스지

더운날 체크아웃 해야 한다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비스듬하게 찍어 보았다.

구마모토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도시다. (특히 울산과 인연이 깊다.) 좋던 나쁘던 말이다. 임진왜란때 조선을 침공한 선봉장 중 하나인 가토 기요마사가 기거했던 ‘구마모토 성(熊本城)’이 있는가 하면, 당시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 사람이 거주했던 ‘울산마을(蔚山町)’이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구마모토 성은 일본에 남아있는 성 중에선 규모가 큰 편이며, 야망이 컷던 이가 기거했던 곳이라 그런지 소박함 보단 ‘화려함’이 돋보였다. 다다미 방은 셀 수 없을 정도고 금빛으로 도배가 된 방도 있었으니까.

구마모토 성 다다미 방

다다미 방이 얼마나 많은지 끝이 작아보일 정도다.

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천수각은 당시로선 꽤 높은 6층까지 지어졌는데, 지금도 6층에 올라가면 구마모토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정도다. 저 멀리 서있는 고층빌딩이 초라해 보일 정도니….

구마모토 성 천수각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시내

천수각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시내

구마모토 성 천수각에서 바라본 구마모토 시내

멀리 있는 고층빌딩이 초라해 보인다.

사촌동생과 사진을 찍는 등 성내를 이리저리 돌아보다 울산마을로 향했다. 울산마을은 구마모토 성 바로 아래라 자전거로 1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바로 붙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마을은 임진왜란때 일본에 납치당한 장인들이 살았던 마을로 일본에서도 드문 한국식 지명이고(일본어로 우르산마치-うるさんまち-라고 읽음), 내 고향도 울산이라 관심이 가는 동네였다.

구마모토 울산마을 (노면전차 정류장)

울산마을임을 알리는 노면전차 정류장

울산마을로 불리게 된 건 여러 설이 있는데, 당시 고향을 그리워 하는 이가 많아 고향 이름을 딴 마을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설과, 그냥 조선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편의상 울산마을로 지었다는 말도 있다. 그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지만 한국어를 기대하긴 어려웠는데, 수백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완벽한 현지화가 되어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끌려온 사람들은 일본에서 드문 장인집단이라 고향에 돌아갈 자유는 박탈당했지만 대우는 좋았으며 대부분 천수를 누리다 가셨다 한다.

구마모토 울산마을

이름빼곤 완전 현지화 된 울산마을

나름 상징적인 곳이긴 하지만 볼거리가 있는 마을은 아니다. 이름만 아니면 일본에 흔하디 흔한 평범한 마을과 다를 게 없으니까. 다만, ‘울산(蔚山)’이란 마을이름이 수백년동안 바뀌지 않고 이어진 덕에 오늘날 울산과 구마모토는 자매결연을 맺고 시장이 왕래를 하는 등 교류를 하고 있으니 이 점은 의미가 크다고 해야겠지.

나 같은 울산 사람이 이 곳을 찾는다면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구마모토 성을 들릴 일이 있다면 겸사겸사 들려보기 바란다. 조용히 산책하기엔 좋았으니까.

구마모토도 적당히 둘러봤으니 아소산(阿蘇山)을 향해 출발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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