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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전거 여행 #13] 웃음 가득했던 저녁 (시마나미 해안도로->다마노)

밤새 앵앵거리는 모기소리에 뒤척이다 잠을 설쳤다. 피로가 풀리지 않아 느즈넉히 쉬다가고 싶었지만 사촌동생 학교 개학이 다가오니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움직여야 했다. 오늘은 시마나미 해안도로를 달리다 혼슈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마나미 해안도로는 섬 하나만 지나면 끝이라 하루종일 경치삼매경에 빠지긴 어려울것 같다.

오노미치 무카이시마 (尾道、向島)

인노시마에서 무카이시마로 연결되는 다리

마지막 섬 무카이시마.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풍경을 벗삼아 달리는 즐거움. 이런게 좋아서 자전거 여행을 계속 하는거겠지.

오노미치 무카이시마 (尾道、向島)

무카이시마 해안도로

한 시간 정도 달리니 건너편에 혼슈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여행 13일만에 혼슈로 들어가게 된거지만 별 느낌은 없었는데, 혼슈로 넘어가는 다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법한 모양새라 별 감흥이 오지 않았던 것.

시마나미 해안도로 종점 (しまなみ海道、終点)

시마나미 해안도로 종점. 바다(?) 건너편에 혼슈가 보인다.

혼슈에선 오노미치 시내를 들리지 않고 오사카 뱡향으로 바로 향했다. 240km정도 거리니 넉넉잡아 5일이면 도착 할 수 있을것 같았다. 도중 후쿠야마(福山)를 지나다 신발 박물관(日本はきもの博物館)이 있길래 들렸다. 이색적인 박물관이 많이 생기는 요즘이지만 신발을 다룬곳은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신발을 전시해 놓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일본 신발 박물관, 일본 향토 완구 박물관

일본 신발 박물관과 향토 완구 박물관 현판

일본 신발 박물관(日本はきもの博物館)은 일본 향토완구 박물관(日本郷土玩具博物館)을 겸해서 운영 중이라 입장료는 1,400엔1)나와 사촌동생 입장료를 모두 합친금액으로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두 박물관을 전부 관람할 수 있고, 흔한 기회는 아니니 과감하게 내고 들어갔다.

자전거를 타기엔 너무 더워 에어컨이나 쐬면서 시간이나 때우자는 속셈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생각이상으로 볼거리와 체험시설이 잘 되어 있어 다 보고 나오니 오후 4시가 넘어 버렸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여기서 전부 다루면 스크롤 압박이 심할 것 같아 번외편을 따로 적었다.

일본 향토 완구 박물관(日本郷土玩具博物館)

일본 향토 완구 박물관(日本郷土玩具博物館)

일본 신발 박물관 (日本はきもの博物館)

일본 신발 박물관 (日本はきもの博物館)

일본 신발 박물관 (日本はきもの博物館)

우리나라 짚신도 전시중이었다.

여정을 계속 이어가기는 애매해 후쿠야마 시내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출발했다. 말로만 듣던 인터넷 카페(ネットカフェ)를 처음 이용했는데, 나 같은 일본 자전거 여행자가 이용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샤워, 인터넷, 충전, 식사 등 기본적인 건 해결 가능하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같은 디저트를 무제한으로 갖다 먹을 수 있으니 간식값도 굳는다.

일본어를 조금 안다면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소소한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일반적인 숙소보단 못하지만, 모처럼의 실내 취침이라 편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날 정말 나오기 싫었는데, 그것도 그럴것이 밖에는 작렬하는 불지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5분당 1,200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연장요금만 아니면 종일 뒹굴다 나왔을거다.

일본 인터넷 카페

일본 인터넷 카페

오늘은 여정을 조금 바꾸어 다마노(玉野)로 향할 예정이다. 오사카로 바로 가는게 빠르지만 일본에 계신 지인의 친구분 미와(美和)씨가 하룻밤 재워준다 해서 가기로 한 것. 다마노는 오카야마 2)오사카는 오카야마를 거쳐 가는게 빠르다. 바로 아래라 동선상 크게 손해 볼 일도 없었다.

대학교에서 먹은 아침

그런데, 여기에 재라도 뿌리듯 사촌동생 자전거가 말썽을 일으켰다. 한 시간을 낑낑거리며 고치긴 했지만, 손에는 기름이 배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터진게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구마모토에서 아소산 갈 때의 악몽도 있으니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자전거 체인정비

출발 전 사촌동생 자전거가 말썽을 일으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엔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다마노를 향해 가고 있는데 우리 앞에 차가 한 대 서더니 아저씨 한 분이 나와서 갑자기 만엔3)숫자 잘못 적은 게 아니다. 영을 빼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한글로 만엔이라고 적었다.짜리를 내미는게 아닌가? 환율 무지 비쌌던 2011년에 만엔짜리가 그냥 손에 들어오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만엔을 주신 아저씨

만엔을 주신 아저씨와 함께

만엔을 주신 아저씨

만엔을 주고 가시는 아저씨

젊은 시절 한국인에게 신세진 적이 있어, 대신이지만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 보답을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냥 받기는 그래서 한국에 오면 밥을 사드릴 테니 꼭 연락하라고 명함을 하나 건네드렸다. 행운의 아저씨를 만난 후 얼마 안가 다마노로 들어가는 하구둑이 보였다. 낙동강 하구둑에 비하면 아담하지만,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녁놀에 물들어 가는 갯벌도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단순히 잠만 자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었다. 그 풍경을 놓치기 싫어 미와씨 집에 도착할 때까지 손가락은 셔터 누르느라 바빴다.

다마노시, 갯벌 (玉野市、干潟)

황홀함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우리를 초대한 미와씨네 가족은 일본에서 드문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차가운 가족이 아닌 화기애애함은 외국인인 내가 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온다고 김밥에 샐러드, 치킨(카라아케), 야키소바, 계란말이 등을 준비해 주셨는데, 자전거 탄다고 배고팠던 것도 있지만, 고향음식이 그리울지도 모른다며 한국요리까지 준비해 주신 미와씨의 마음이 매우 고마웠다. 엄지손가락 세워가며 맛있게 먹었다.

미와씨 집에서

미와씨가 준비해준 일본 샐러드

미와씨 집에서

카라아케와 우리나라식 김밥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사진도 찍고, 같이 TV도 보고, 게임도 하는 등 웃음 넘쳤던 저녁. 미와씨 가족에겐 당연한 일상이겠지만, 내겐 없었던 가족의 화기애애함. 그 모습이 너무 눈부셔 눈물이 나지만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한 거겠지?

미와씨 집에서

다함께 스마일~^^

미와씨 집에서

숙박지 : 미와씨의 집(美和さんの自宅)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낙원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리요. 샤워, 빨래, 충전 OK. 맛있는 음식, 가족의 따스한 분위기 모두 최고였다!!

일본 가정집

이동경로 : 오노미치(尾道)→후쿠야마(福山)→다마노(玉野)

Japan_Bicycle_Journey_Imabari_Onomichi

일본 자전거 여행 13-14일차

   [ + ]

1. 나와 사촌동생 입장료를 모두 합친금액
2. 오사카는 오카야마를 거쳐 가는게 빠르다.
3. 숫자 잘못 적은 게 아니다. 영을 빼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한글로 만엔이라고 적었다.

2 thoughts on “[일본 자전거 여행 #13] 웃음 가득했던 저녁 (시마나미 해안도로->다마노)”

  1. 강도영 says:

    여행 연재 더 안하시나요? ㅜㅜ 너무 재밌게 봤고
    저도 8월에 일본 여행 준비중이라 너무너무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글솜씨가 아주 좋으세요 ㅋㅋㅋㅋ

    연재 기다릴게요!!

    1. 유랑인 says:

      안녕하세요, 유랑인입니다.
      제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여행기는 계속 연재할 계획입니다만,
      현재 일본에 넘어와서 집 알아보고 이것저것 세간살이 구하느라,
      여행기 재개는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혹시 자전거 여행을 준비중이신가요?
      자전거 여행 중에 교토일정이 끼어 있으면 한 번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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