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모닝콜로 아침이 시작된다. 아침일찍 수업이 있다고 해서 오랜 시간 이야를 나누진 못했지만 서로의 페이스북 아이디를 공유하는 것으로 기분 좋게 작별하고 다시 여정에 올랐다. 빨리 밟으면 타이페이에 들어갈 것 같고 못가도 신주까지는 갈 것 같다.
호울롱에서 신주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넘어온 험한 길에 비하면 동네 마실 정도였으니까. 타이페이로 바로 빠질까 하다 체류기한이 아직 6일이나 남아있으니 느긋하게 신주를 구경하기로 했다.
타이중의 교훈을 벗 삼아 신주역(Hsinchu Station)에 가서 팸플릿을 하나 받았다. 지금까지는 길가다 좋은 게 있으면 보자는 식이었는데, 신주에서는 팸플릿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별표까지 친다. 자뻑이긴 하지만 유랑인이 기특하단 생각이 들었다. (웃음) 계획을 짜는 것은 머리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좋은 것 같다. 적어도 뭘 찾는다고 헤메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신주는 옛 서울처럼 동서남북으로 성문을 만들고 성벽을 두른 성곽도시로 도시 곳곳에는 그때 사용하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 때 사용하던 성문을 복원해 놓았다고 하길래 가 보았는데 그 크기가 중국은 고사하고 우리나라 성문보다 작다. 레고 블럭으로 단정하게 쌓아올린 장난감 성문 같다고나 해야 할까? 성문에겐 실례겠지만 ‘귀여웠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
성문 옆으로는 지하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지하에는 옛날에 사용하던 다리의 잔해가 보존되어 있었다. 그런데 반달리즘(문화재를 훼손하는 자) 종자들 때문에 꼬라지(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 사랑한다고 써놨던데 ‘사랑 따윈 개나 줘버리고 깨져 버려라~!!’라는 진심 어린 기도를 했다.
이미지박물관에도 갔다. 대만영화에 관한 자료가 많다고 해 기대하고 있었는데 영화제를 하고 있어서 일반 전시실은 일시 폐관한다는 말에 좌절했다. ‘영화제라도 보고 갈까’ 라며 입장료를 보는데 자그마치 200원. (8,000원) 입장료에 한 번 더 좌절하고 공예박물관과 향토관을 보는걸로 대신하고 신주 시립 동물원으로 향했다.
신주 시립동물원은 입장료가 무려 10원(400원). 가난안 유랑인에겐 너무나 고마운 가격이었다. 신주 시립동물원은 10원을 내고 보기엔 과분할 정도로 잘 되 있었다. 공작새 같이 일부 온순한 우리는 직접 들어가서 동물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으며 일부는 만져 볼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 동물원은 어릴때 빼곤 가보지 않아서 요즘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 기억으론 동물은 멀리서 보는게 전부였기에 가까이서 동물을 보는거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
동물원을 보고나니 해가 떨어졌다. 오늘도 경찰서에서 하룻밤 묵어가게 되었다. 오늘 묵은 신주 경찰서는 여행자에게 굉장히 호의적인 듯 했다. 텐트를 치게 해주는것도 모자라 먹을걸 주면서 TV까지 권하는데 경찰서에서 누린 최고의 호사가 아닌가 싶다. 경찰관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그 동안의 여행사진을 보여주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도 놀러오라고 했다. 내일은 드디어 타이페이로 간다. 대만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하자!
야영지 – 신주의 한 경찰서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샤워, 충전, 안전 모두O.K. 거기에 TV시청까지~ 안되는게 없다 ㅋㅋ
댓글 2 개
댓글 쓰러가기 →경찰서에서 숙박이라니 대단합니다! 즐거운 여행기 잘 읽었어요~
실은 경찰서에서 신세를 여러 번 졌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