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주-포항 자전거 여행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유랑인은 과감하게 ‘일본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직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공익이니 인터넷의 여행기를 참고해 준비물을 갖추어 나갔다. 짐받이와 텐트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갖추어 나갔는데, 텐트만 갖추도 벌써부터 여행하는 기분이다. 유랑인이 활동하는 DAHON 카페(열심히 하긴 하는건지 ㅎㅎ)에 ‘질렀소~~’라는 염장글 하나 써주니 그 기분은 배가된다.
그러나 공익월급은 풍요를 약속하지 않았고 통장잔고는 2만원으로 추락했다. 이걸로 3주를 버텨야 하는데 안봐도 거지생활 당첨이다. 스피드 TR사건이후 풀만먹고 살았던 악몽같은 2개월. 거기에 1개월이 추가되었다. 참으로 가혹한 현실이다.
동사무소에 회식이라도 잡히면 그 날은 부활절이었다. 고기를 신나게 먹을 수 있는 날. “회식 언제에요?”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본 것만 해도 수만번. 배고픔 앞에선 장사없다. ^^
계속해서 전조등, 후미등, 침낭, 끈, 펑크수리 도구등이 추가되면서 준비는 끝나갔다. 패니어도 구입하려 했으나 가격이 후덜덜이라 다음을 기약했다.
마지막으로 명함을 제작했다. 디자인은 직접하고 인쇄만 의뢰했다. 여행을 하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누어 주려고 한다~^_^
기다려~니뽕, 내가간다!! ★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 공익생활도 끝났다. ‘드디어 해방이구나!! 난 자유야!! 흐흐흐’
본격적인 정보수집에 나섰다. 공익을 막 졸업한지라 준비할 수 있는 여행경비는 100만원 남짓. 조금 더 모았다 갈 생각도 했으나, 지금 안가면 이 핑계 저 핑계로 흐지부지 될 것 같아 그냥 ‘가는걸로’ 결정!!
왕복 배삯과 현지 경비를 해결해야 하니, 멀리는 못 가고 ‘큐슈-시코쿠-간사이’ 코스로 18~23일 정도 여행하기로 했다. 에바사마님의 여행기와 구글지도를 많이 참고했다.
장기여행을 할려고 했는데 에바사마님의 처절한 생존기를 보고 축소했다. 적당히 먹고 구경하고 1주일에 1-2번 숙박업소 이용하면서 움직일 계획이다. 그렇다고 무슨일이 안 일어난단 보장은 없으니 친구들로부터 전투식량과 초콜릿바를 지원 받았다. ^_^
후쿠오카로 들어가서 키타큐슈->야마구치->히로시마->오노미치->이마바리->시코쿠중앙->타카마츠->토쿠시마를 거쳐 오사카와 쿄토를 둘러보는 코스로, 오노미치에서 이마바리 구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둘 사이에 놓인 현수교를 자전거로 달리며 탁트인 바다와 섬들을 구경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설레다.
이제 출발만 남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D-DAY1!!!! 설레임은 절정에 달아 올랐다.
OOOOH~MY GOD……
그런데, 뉴스속보로 일본 센다이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재민 수만명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까지 터졌다고 하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계획이 날아간건 둘째치고, 오랜기간 준비해온 여행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했다. ㅠ_ㅠ 신을 원망하면서 멍하게 하늘만 바라봤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어떻게 준비한 여행인데!! 일본을 못간다면 다른데라도 가야하지 않겠어? 오기로라도 가줄테야!!
그래서 ‘대만’으로 급(急)결정.
사실 대만도 자전거타기 좋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고려선상에 넣어 두었던 곳이었지만 자전거 운반 문제로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각오를 다지기 위해 비행기표부터 사 버렸다.
소년이여 공수부대가 되어라!!
자…..이제부터 어떻하지? 정보가 없는건 둘째치고,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어야 하는 무시무시한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막막하도다…..막막하도다…..자전거 뿐이면 몰라 수리도구에 침낭에 텐트에 배낭까지 바리바리 싸야 한다.
‘침착해야 해, 침착해야해’……
문제해결을 위해 며칠이고 인터넷을 뒤져보지만 만족할 결과는 안 나오고 출발일은 다가오니 똥줄이 탄다.
‘주여…… 살려주세요!!’
자포자기하고 김지형님의 여행기를 참고해 동네 자전거방에서 자전거 박스를 얻어왔다. 그런데 유랑인의 자전거는 접이식 미니벨로라 맞지 않았다. 이리접고 저리접고 해서 자전거는 겨우 넣었는데 나머지가 안들어가네? 게다가 돌아올 때 박스를 또 구해야 하는 압박이 있으니 포기해버렸다.
마지막으로 다혼 카페에 자문을 구했다. 얼마안가 ‘지구정복’님께서 특단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 커다란 자전거 가방(완충제 없는 질긴가방)하나 구해다가, 자전거를 넣고 그 주변을 스티로폼이나 뽁뽁이로 보완하는 것.
‘그래 이거야!!! 드디어 돌파구가 보이는구나!!!!’ 서둘러 가방을 주문했다.
가방은 생각이상으로 커서 자전거는 물론이요, 나머지 것들을 넣어도 공간이 남았다. 우체국에서 20m 뽁뽁이를 사와 포장을 시작했다. 펑크도 떼울 줄 모르는 초보에겐 모든게 신세계였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자전거를 접고… 가방에 넣고… 이리볶고 저리볶고… 2시간을 낑낑거리니 성공했다!! 여기에 텐트와 침낭, 기내에 휴대할 수 없는 공구류를 집어넣고 더미 박스를 바르는걸로 끝. 뿌듯하다! 생초보가 여기까지 해내었으니까!! 유랑인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근데 이건 수화물이 아닌 이삿짐 수준이네? 보딩패스 받을때 수속을 해 줄지 걱정 되었지만 나중 일이니 일단 웃기로 했다.^___^
급조된 계획
포장문제를 해결하니 어느새 출발일은 내일로 다가왔다. 그런데 계획이 없다(-_-). 막장이라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피곤한데 현지에 가서 세울까?’하다 너무 없으면 그렇단 생각에 대만관광청과 구글지도를 보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대만관광청 홈페이지가 너무 불편해 코스를 짜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도는 플래쉬로 대략적인 위치만 찍어놓은 수준이고, 상세한 정보를 보려면 ‘관광지 소개’에서 일일이 뒤져봐야 한다. 클릭 한 번이면 주변지도와 정보를 다 보여주는 일본관광국과 너무 비교된다. 맘에 드는데가 나오면 구글지도에 붙여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식으로 코스를 짰다.
타이페이로 들어가서 단수이->시먼->지롱->이란->화리엔->타이동->카오슝->타이난->타이중->창화->신주를 거쳐 타이페이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시간상 타이페이와 일부지역의 갈 곳만 정해놓고 현지에 들어가서 수시로 점검하며 움직이기로 했다. ㅠ_ㅠ 뭐 어떻게든 되겠지. 예상 주행거리는 1200Km정도로 상황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마지막 점검
공항버스가 출발하기까지 5시간. 집에 있을시간도 얼마남지 않았구나. 마지막으로 자전거 가방에 장비들을 빠짐없이 넣었는지, 기내배낭은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2시간의 단잠에 빠졌다.
자뻑
제 여행기가 DCinside(디씨 인사이드)메인에 ‘유저 핫이슈’로 등록 되었더군요.
글재주가 썩 좋지 못한데, 많은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기쁩니다. 더욱 힘을내서 연재하겠습니다!! ^__^
초고작성 : 2011.09.21 / 1차 수정 : 2013.08.11
댓글 7 개
댓글 쓰러가기 →이것으로 두번째댓글이돼는거이요 재중형퐛팅!!!!
응!! 고마워~ㅎㅎ 분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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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대단해요 햇님! 수욜회식때 잼난얘기들을 ^^
이궁 답변이 늦었징? ㅠㅠ 미안하다~ 요즘 정신없이 산다..ㅋㅋ 이걸 이제 보게 되다니..ㅋ
대만 자전거 여행기 더 안올라 오나요ㅠㅠ
11월에 가려고 준비중입니다~
자세한 코스 정보 감사드립니당!
여행기 기다리고 있숩니다~
제 여행기를 기다려 주신점 너무 고맙습니다. 제 성격이 조금 꼼꼼하다 보니 글을 써놓고 바로 올리지 못하고 몇번을 고치고 고치고를 거듭하다 보니 늦어지게 되었네요. 최대한 빨리 연재하도록 하겠으며 혹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시면 아는 만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여행정보란에 대만자전거 여행정보를 다루고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