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여행 #3] 어게인 ‘아키하바라(秋葉原)’

주의! 이 글에는 보는이에 따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하여 과감하게 사용하였으므로 참고 바랍니다.

분명 일찍 일어나서 아침까지 먹고 다 한 것 같은데, 침대에서 밍기적 밍기적 하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언저리. 부지런한 여행자가 되려면 아침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배웠지만 우리에게 그런건 없었다. 여유롭게~ 느긋하게 ~ 뒹굴뒹굴이 전부였다. (-_-;;)

<아침 먹은지 10분 후>

성만 : “재중아 슬슬 가야하지 않겄냐?”

유랑인 : “에이~아키하바라는 넘어지면 코앞이잖아~ 천천히 있다 가자….”

성만 : “그럴까? 사실 일어나기 귀찮다…^^;;”

<두시간 후>

유랑인 : “성만아 슬슬 일어나야지? 이러다간 몸이 침대에 붙어 버릴거야~!”

성만 : “으~~~~아~~~~ 일어나기 귀찮아….”

유랑인 : “이 사람아 벌써 11시야~”

성만 : “더 뒹굴까?”

유랑인 : “흠…그러곤 싶은데 벌써 점심시간이야. 슬슬 가자…”

침대에서 일어나 나갈준비를 마치고 약속(?)이라도 한듯 우리는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지난날에 이어 오늘도 아키하바라~~ 랄랄라~. 아키하바라에서 먼저 향한 곳은 ‘메이드 카페(メイドカフェ)’. 여기서 점심을 먹으며 ‘주인님’ 기분을 만끽해 보기로 했다. 입구로 들어서니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涼宮ハルヒの憂鬱)’에 나오는 ‘회장(会長)’ 차림의 메이드가 자리로 안내했다.

지난날 점찍어 두었던 메이드 카페
지난날 점찍어 두었던 메이드 카페

“이랏샤이마세~ 고슈진사마~(어서오세요~ 주인님~)”

그 말을 듣는 순간 유랑인의 정신은 육체로부터 빠져나와 우주로 날아간 기분이었다. 성만이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지 주춤한 모습이었다. 메이드 카페엔 우리 말고도 ‘주인님’ 대접을 받으려는 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정 메이드의 팬(단골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족을 동반한 용감한 애아빠도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소리에 헤벌레 하는 남편과 대조적으로 마누라의 표정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는데…. 이후는 안 봐도 비디오니 그저 묵념.

허나 생각처럼 메이드 카페는 만족을 주지는 않았다. ‘주인님’ 소리를 들을때는 날아갈 것 같았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메이드들은 피곤해 보였고, 사람들 떠드는 소리에 있는소리 없는소리 다 내다보니 목소리가 쉰 상태. 맨정신으로 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칠판(흑판)을 손톱으로 긁는 그런 소리라고 해야하나?

밥만 먹고 조용히 일어나려는데 회장 차림의 메이드가 무대에 올라가더니 “고슈진사마 오마치시테구레마시타. 이마카라 와레라노 스테이지가 하지마리마스노데 오엔시테 쿠다사이냥~” (주인님, 오래 기다렸어요~ 지금부터 우리들은 공연을 하는데 열심히 응원해 주세요~!!!) 라고 하길래 조금 더 있어보기로 했다.

메이드들은 돌아가며 애니메이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데, 메이드 팬(단골손님)은 메이드의 이름을 부르면서 “~~짱 간바레 간바레!!” (~님 힘내 힘내!!) 라고 열광하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다 보니 얼떨결에 유랑인도 메이드와 사진도 찍고 박수를 치는 등 정신없이 놀았다.

Maid Cafe in Akihabara
유랑인 in 메이드 카페 / 사진을 찍기는 눈이 너무 많아서 소심하게….

우리나라에선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하면 ‘오타쿠’라는 다소 비하된 의미로 몰아부치며, 이상한 놈 취급하기 일쑨데 여기는 서로가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그것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애니메이션 노래가 나오고, 그걸 사람들이 부르고 모두가 열광하는 그런 분위기.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거라서 부러웠다.

메이드의 말을 들어보니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메이드 상당수가 ‘메이드’란 일에 흥미가 있거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한다.

일본이 세계적인 문화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국의 문화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우리나라에서 보기엔 충분히 부끄러운 그런것들), 그것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관련 상품을 사람들이 사 주고, 그것으로 또 다른 문화가 생기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켜서가 아닐까?

메이드 카페 체험을 마치고 지난 밤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골목을 구석구석 훑으면서 가게들의 특징을 대충 파악했다.

Akihabara_Central_Street
아키하바라 중심거리
아키하바라 거리에서 유랑인과 성만이
아키하바라 거리에서 유랑인과 성만이

그리하여 먼저 들리게 된 곳이 ‘어른들의 백화점(大人のデパート)’ 우리나라로 치면 ‘성인용품점’ 인데 대놓고 좌판을 벌인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내부는 더욱 가관. 남자라면 눈이 돌아갈 만한 물건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는데, 콘돔이나 자위기구는 기본이고 좀 더 진화한 플래이(SM, BSDM)를 위한 도구도 충실했다. 여성을 위한 것들도 충실했다. 미소년 남자 AV(BL:Boy’s Love)라던가 여성용 자위기구 Dildo같은….

물론 이 모든 것들의 초석이 되는 AV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프리뷰 비디오를 대놓고 돌리고 있어 많이 놀랐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정신이 멍해질 정도. 우리나라에서 저런걸 돌리고 있으면 100% 경찰서 정모 당첨일텐데.

Akihabara bsdm bondage shop
BSDM 과 그 외의 것들.
Akihabara Adult Video Shop1
오늘날 일본을 ‘성진국’으로 만들어준 AV.

놀라운 건 남자든 여자든 개의치 않고 잘도 사간다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충격적인데 커플이 팔짱끼고와서 서로를 위한 도구(?)를 고르는  경우도 ‘성인용품 직원’이라는 명찰을 걸고 근무하는 또래의 여직원도 있었다. ‘성인’이란 글자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에 살다 이런걸 보니  컬쳐쇼크(문화적 충격)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상에서 일본을 칭하는 언어로 ‘성진국(性進国)’ 란 말이 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자기를 위한 도구를 사러 성인용품점에 가는것을 ‘변태’ 혹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은 언제쯤 사라질까?

성인을 위한 판타지는 중고 소프트 가게에서도 이어졌다. 평소 소장하고 싶었던 팔콤(Falcom) 게임을 살겸 ‘PC 패키지 게임코너’를 둘러보는데 있는 거라곤 죄다 19금 게임. (-_-) 그런데 여기는 그다지 유쾌한 곳은 아니었다. 여자를 ‘능욕(강간)’하는 게임이 인기순위 코너에 버젓히 진열되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백화점’은 이색적이기라도 했지….

Akihabara Adult Game
특이하다기 보다는 조금 어이 없었던 성인게임 진열대.

사람은 본능적으로 섹스를 갈망한다. 유랑인도 사람이라 섹스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전제가 된 상태에서 서로를 ‘요구’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감금해 학대하는게 아니다.

제목부터가 가관이었는데…. ‘공주 노예 : 암컷으로 저속해지는 쌍둥이 공주, 뒤교사 : 배덕의 음열 수업.’ 이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이런류의 게임이 난립하게 된건 일반 PC 패키지 게임이 팔리지 않아서라고 한다. PC 패키지 게임을 주름잡던 팔콤(Falcom)도 2008년까지 버티다가 손을떼고 PSP로 돌아섰으며, 모험심 있는 개발자가 이따금 게임을 내지만 ‘슈타인즈 게이트(Stein’s Gate)’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드물고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하고 19금 게임을 내면 어느정도 팔리기 때문에, 일본에서 발매되는 PC 패키지 게임 대부분이 19금이라고 한다. 이게 PC 패키지 게임의 현 주소라니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PC 패키지 게임처럼 씨가 말라버린건 아니라서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복잡한 기분이다.

이어서 토라노아나(とらのあな)와 애니메이트(Animate), 만다라케(まんだらけ) 에서 동인지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도 성만이의 리퀘스트를 받아 ‘라멘’을 먹으러 갔다. 라멘집찾아 삼만리 하다 배불뚝이 아저씨가 인상깊은 라멘집이 보였다.

Akihabara Ultra Size Ramen0
이것이 진정한 남자를 위한 라면집.

라멘을 시키니 보통 라멘그릇의 2~3배 정도 되는 다라이(?)에 건더기와 차슈가 탑처럼 쌓여진 라멘이 등장했다. 위에있는 건더기와 차슈, 콩나물을 10분 정도 먹으니 그제서야 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름 잘 먹는 성만이도 허를 내두를 정도. 한 그릇에 1,000엔이나 하는 녀석이라 ‘남자의 근성’으로 어떻게든 먹어치웠다. 보통 라멘은 10~20분이면 먹는데, 이 녀석을 먹어치우는덴 자그마치 한 시간이나 걸렸다. 먹고나서 일어 나려는데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Akihabara Ultra Size Ramen
엄청난 크기의 라면

라멘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서로의 전리품(?)을 확인하고 잠잘 준비를 하는데 지인 “타카유키 카타오카”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타카유키 : 모시모시~ 재중상? (안녕~ 재중군?)

유랑인 : 하이하이, 와타시데스~ 오히사시 부리데스네~ 겡끼데스까? (네네, 저에용~ 오랜만이네요~ 건강했어요?)

타카유키 : 모치론~!! 재중상와? (물론! 재중이는?)

유랑인 : 와타시와 아이카와라즈 겡키데스~!! 와타시 이마 도쿄니 이른데스~ (저는 변함없이 건강하죠~ 저 지금 도쿄에 있어요!!)

타카유키 : 혼또니?!!!!! 아스 지캉 아르? (정말? 내일 시간있어?)

유랑인 : 타분 아르또 오모이마스, 데모 콘도와 유진또 잇쇼니 키타노데 좃토 하나시테카라 렌락크 시마스.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엔 친구랑 함께 왔기 때문에 조금 이야기 해 보고 연락할게요)

티케이 : 와캇다~! ~~~ (응, 알았어)

그렇게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온걸 성만이에게 알리고 만나 보는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모처럼이니 그러라고 오케이 해 주었다.

‘타카유키 카타오카’씨는 유랑인이 일본 자전거 일주를 할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이다.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어봐 주었으며 안전한 야영지와 경찰서를 알아봐 주는 등 유랑인에게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홀로 여행하는 외로움을 이겨내고 ‘일본 자전거 일주’를 마칠 수 있었기에 도쿄에 가면 꼭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입장이고 성만이 입장에선 초면이고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제멋대로인 친구의 변덕에 내색않고 어울려주니 너무 고마웠다. 역시 친구는 잘 둬야 한다니까.

일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 (유랑인 왼쪽이 타카유키 카타오카님)

하지만, 유랑인의 지인이 있는곳은 신주쿠(新宿). 도쿄에 있는 내네 아키하바라에서 쭈~~~우~~~욱~ 있으려고 했는데 (^^;;) 조금은 멀리 나가야 할 것 같다.  신주쿠는 도쿄의 상업/비즈니스 건물이 모인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쿄도청 전망대도 거기에 있다. 근처엔 하라주쿠(原宿)도 있지만 우리에겐 관심밖이므로 넘기기로 하고, 호텔에서 밍기적 거리다 오후에 출발 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일정이 생기는 구나. 무계획(無計画) 여행의 즐거움은 요런것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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