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일본여행 시작. 일본에 도착했다는 감동을 뒤로하고 우리는 도쿄로 이동하여 예약해둔 ‘토요코인(東横イン)‘에 짐을 풀기로 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로 가려면 쾌속열차나 전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알그지인 우리는 입다물고 ‘전철’이다.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날렵한 쾌속열차가 다섯 번이나 지나 갔는데 역시 비싼건 달라도 다르구나.
20분을 기다리니 우리가 탈 ‘전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글자만 일본어지 영락없는 부산 지하철. 날렵함은 온데간데 없고 투박한 사각형에 느릴 것 같은 냄새가 풀풀 풍겼는데 쾌속열차보다 2,300엔정도 저렴하니 납득은 했지만 비싼건 비싸다. 표 값은 1,240엔. 우리나라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대전 언저리까지 갈 수 있는데 일본에선 울산에서 부산까지밖에 못간다.
스카이 타워로 유명한 오시아게(押上)에서 환승, 토요코인이 있는 아사쿠사바시(浅草橋)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는 ‘아키하바라’로 달려갔다. 아사쿠사바시에서 고작 한 정거장이라 우습게 보고 걸어 갔는데 칼바람이 매서웠다. 겹겹이 껴입었는데도 피부를 파고드는 바람. 이후로는 짧은 거리도 입다물고 ‘전철’을 타고 다녔다.
아키하바라가 가까워 질수록 컴퓨터 가게가 하나 둘 보이더니 아키하바라역(秋葉原駅)을 지나 중앙대로에 들어서니 애니메이션 피큐어와 게임 소프트, 동인지를 파는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랑인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성만이는 아닌 척 했지만 유랑인이 짐작하기론 충분히 ‘돌아갔을 것이다’. 그도 유랑인처럼 신작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꼬박꼬박 다운받아 보는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아키하바라 품속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우선 주린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유랑인은 우동이 먹고 싶었는데 모처럼 일본에 온 성만이의 요청을 받아 ‘규동(牛丼)’을 먹게 되었다.
‘규동’은 일본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달짝지근한 소유(간장)에 절인 고기가 밥위에 얹어져 나오는 요리로 날계란(生卵)을 추가해 젓가락으로 비비면 고소함까지 더해져 진미가 따로없다. 이후로는 줄곧 규동만 먹었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음 아키하바라 탐험을 시작했다. 제대로 돌아보긴 늦은 시간이라 본격적인 탐험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아키하바라역 근처의 SEGA 게임센터와 중고 소프트점 정도만 둘러 보았다.
일본식 뽑기에 1,000엔을 날리며 좌절하기도 하고(하나도 못 뽑았다), 한국에선 구하기 힘든 게임 소프트가 사방에 널려 있는걸 보고 놀라기도 하고, 전단지(ちらし/찌라시)를 뿌리는 메이드를 보면서 “내일은 메이드 카페에 가 볼까?”라며 성만이를 꼬드기는 등 물 만난 고기마냥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밤 여덟시. 아키하바라의 불꽃이 꺼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장시간 이동+논다고 지쳐버린 우리는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본에 있을 동안 아키하바라는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으니 첫날부터 체력소모할 필요가 없다는게 이유였는데, 일정이 빠듯한 주말 여행족이나 2박 3일 단기 여행자가 이 글을 봤다면 우리를 때렸을지도….
호텔로 돌어와 아키하바라에서 구입한 전리품을 체크하고 다음날 둘러볼 메이드 카페에 관한 정보를 대략적으로 수집한 다음 잠자리에 들었다. 어쨋거나 ‘메이드 카페’는 확정이구나~ 흐흣~ 설렌다.
초고작성 : 2013.8.22 / 2차 수정 : 2013.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