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색적인 신발이 한 자리에, 일본 신발 박물관 (日本はきもの博物館)

일본 자전거 여행 중 이색적인 박물관 “일본 신발 박물관(日本はきもの博物館)”을 둘러볼 기회가 왔다. 신발이 뭐가 이색적이냐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이색적인 박물관이 많이 생기고 있는 요즘에도 ‘신발’을 주제로 한 박물관을 찾아보긴 어렵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세배나 많은 일본에서도 유일한 신발 박물관이니까.

일본 신발 박물관은 고기잡이 신발이나, 풍작을 기원하기 위한 신발등 특이한 것도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둘러봤는데, 일본 향토 완구(장난감) 박물관과 더불어 후쿠야마에서 예정에도 없던 하룻밤을 묵어가게한 장본인이다.

본 글에서는 스크롤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미지 갤러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으니, 꼼꼼하게 보실 분은 사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나막신(日本の下駄)

논 나막신(田下駄) – 질퍽질퍽한 논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발이 닿는 면적을 넓게 만든것이 특징. 지금은 장화를 신고 논일을 많이 하지만, 경험상 장화도 논두렁에서 신으면 발이 푹푹 빠지니 저게 더 실용적으로 느껴진다.

논 고르기 나막신(稲株切り下駄) – 직역하면 벼를 자르는 나막신이지만, 모내기 전 논을 고르는데 사용했던 신발이다. 컬러 사진이 있는 걸 보니 근대 이후에도 이걸 사용하는 농가가 있는 것 같다. 논 나막신과 더불어 발이 빠지지 않도록 면이 넓은 게 특징.

논 고르기 나막신(稲株切り下駄)
논 고르기 나막신(稲株切り下駄)

광어 잡이 나막신(ひらめ突き下駄) – 직역하면 광어 찌르기 나막신. 손으로 잡기 힘든 광어를 찔러서 잡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양식장에서 사용하면 효율은 좋아 보인다. 그런데, 근대 이전엔 양식기술이 발전하지도 않았을텐데, 저걸신고 광어가 있는 바다속까지 어떻게 들어갔을까? 부력이 있어 잠수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지…

광어 잡이 나막신(ひらめ突き下駄)
광어 잡이 나막신(ひらめ突き下駄)

광고지(引札) – 에도시대부터 대정시대1)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해당된다.까지 사용된 광고전단(引札)에 등장했던 신발이라고 하는데, 무슨 용도로 사용된건지 통 모르겠다. 그대로 신고 다니기엔 너무 크고 밥상(?)으로 쓰기엔 조금 거시기 하고 말이지…

일본 짚신(日本のわらじ)

근대이전 일본 사람들은 나막신만 신고 다닌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처럼 짚신도 널리 신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짚신은 기후에 따라 형태도 판이해 홋카이도 같은 추운 지역은 두터운 장화나 평펑한 신발이 주류를 이루고, 큐슈나 칸사이같은 온화한 지역은 우리 선조들이 신었던 짚신과 형태가 비슷했다.

짚신은 신발로써의 기능만 한게 아니라 신에게 바치거나 제례행사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 우리나라에도 무속신앙이 있듯 일본도 ‘신토2)돌이나 나무 등 신비롭게 생긴 것엔 줄을 감아놓고 신성시 함’라는 무속신앙이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무속신앙의 영향이 강한만큼 신발도 신성시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신발에 무엇을 기원했을까?

신발이 만들어지기까지

과거에는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화가 많았지만, 산업혁명이후 근대화된 기계가 들어오면서 기계를 사용한 신발 제작이 활성화 되었다. 오늘날의 신발과 형태가 비슷한 신발도 만들어 졌지만, 나막신같은 전통신발도 꾸준히 만들어 졌다는 점이 눈에띈다. 전통적인 것을 지키려고 하는 일본 사람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인류와 함께 걸어 온 신발의 역사

신발이 어느 시대부터 어떻게 신어져 왔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모세때 샌달을 신었다는 기록이 있고, 약 4,000년 전 발굴된 미라가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던걸 보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법 큰 공간을 할애해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발의 변천사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비잔틴의 실용적인 것도 있지만 이집트처럼 보기만 해도 무거워보이는 것도 많았다. 당시로선 왕이 군림하던 시기였으니 민중위에 위엄있어 보일필요는 있었으니, 저렇게 생긴것도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저렇게 신으면 발이 아프지 않을까?

각국의 전통신발

일본 전통 완구(장난감) 박물관처럼 각국의 전통적인 신발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것도 제법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었다. 신기한 건 우리나라나 같이 농경을 기반으로 한 나라에나 있을법한 짚신이 목축이나 집시 생활을 했던 서방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신발은 시대에 따라 색이나 형태가 변해왔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심오한 신발의 세계

일본 신발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가장 놀랐던 코너기도 하다. 신발의 종류가 발목모양, 굽의 형태에 따라 수십가지 이상으로 나뉜다는 것도 그렇고, 3)여자분들이라면 잘 아실지도 모르지만 남자인 나로선 신세계. 신발 하나를 만드는데 저만큼 많은 부속(?)이 들어간다는 것도 그렇고.

신발 하나에 들어가는 부속
신발 하나에 저만큼의 부속이 들어갈 줄이야…

일본 신발 박물관 관람후기…

‘밭(논)에서 우주화 까지- 인간과 함께 신발도 나름대로의 역사를 지닌다.4)田下駄から宇宙靴まで、人間と共にはきものもそのなりに歴史をもつ ’ 라는 캐치 프라이즈가 인상적이었던 일본 신발 박물관은 과거 일본 사람이 신었던 신발도 다루지만 인류와 함께한 신발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옛 사람들이 신었던 신발을 구경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일본 신발 박물관
신발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는 일본 무사계급(사무라이)이 신던 나막신을 자주 보여줘 근대이전 일본에선 나막신만 신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신발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옛날 사람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던 건 덤.

일본 향토 완구(장난감) 박물관과 일본 신발 박물관은 입장료 1,400엔이 아깝지 않았던 참된 볼거리를 선사해 주는 곳이었다. 후쿠야마는 일본에서 관광으로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오카야마에서 멀지 않으니 시간이 되면 꼭 둘러봤으면 좋겠다.

일본 향토 완구 박물관, 일본 신발 박물관 정문
관람이 끝나고 박물관을 나오니 타주길 기다렸다는 듯 대문에 버티고 서있는 자전거.

References
1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해당된다.
2 돌이나 나무 등 신비롭게 생긴 것엔 줄을 감아놓고 신성시 함
3 여자분들이라면 잘 아실지도 모르지만 남자인 나로선 신세계.
4 田下駄から宇宙靴まで、人間と共にはきものもそのなりに歴史をも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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