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팸투어 02. 마음을 넘어

여수엑스포 팸투어

여수엑스포 팸투어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만남을 거부했던 지난 25년을 털어버리고 세상과 소통하기로 결심한 사연! 함께 보실까요?

늦잠을 자다……

지난 밤 섭취한 알콜과 피로탓에 늦잠을 자버렸다. 7시 40분까지 모여야 하는데 일어나니 20분이네. 세수는 하는동 마는동 널부러진 짐만 가방에 쑤셔넣고 호텔을 나오니 기다렸다는 듯 버스가 대기중이다.

여수엑스포 팸투어
칼같이 마중나온 버스님

자유여행이면 조금 뒹굴다 나와도 될텐데 이놈의 패키지는 시간이 칼같아서 거시기하다. 오전 일정을 살펴보니 금오도 산행!!!! 아침도 못먹었고…… 고놈의 술이 웬수지 으이구!!!

금오도는 약간 외진곳이라 버스로 돌산 신기선착장까지 이동 배를타고 가야한다. 이동에만 2시간이 걸려 해설사님이 지루하지 않게 금오도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돌산대교에서 바라본 여수바다
돌산대교에서 바라본 여수바다

1885년 전까진 사람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소나무 숲이 우거진 금오도는 멀리서 보면 거무스름하게 보여 ‘거무섬’이라 불렸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땐 많은 나무가 베어지면서 자연이 훼손되긴 했지만 금오도의 소나무가 진남관(전라 우수영의 지휘본부) 건축과 숭례문 복원공사에 활용되었다니 잠시나마 여수에 살았던 내가 자랑스러웠다.

배를 사랑했던 여행자….

금오도 행 배. 작은배라 우습게 봤는데 관광버스 2대를 가볍게 수용하는 걸 보고 살짝 놀랐다.

여수 금오도 행 페리
여수 금오도 행 페리

소셜 MC·준서형의 즉흥적인 인터뷰와 윤희 & 혜림누나 콤비의 발랄함. 엄포스의 개성있는 포즈가 하모니 되어 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니 일본행 배에서 서먹한 만남으로 시작. 여행·친구·삶에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기도 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금오도 비렁길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에 도착. 출발준비를 할 무렵 여행사에서 나쁜소식을 가지고 왔다. 2시간 코스가 1시간으로 단축되었다는 것. 시간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힘들게 왔는데 1시간 밖에 못본다니 허무했다. 우울한 기분을 땀으로 씻어내고 마을을 등지니 가파른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
금오도의 아름다운 어촌풍경
금오도 비렁길 올라가기
금오도 비렁길 올라가기

절벽의 길이라 불리는 비렁길. 해안선을 따라 조심조심 걸으니 ‘미역널바위’에 다다랐다. 이 아래서 미역을 따다 여기에 널어 말렸다는데 옛날사람의 간땡이는 얼마나 큰거야? 보기만해도 아찔한 절벽인데.

자연의 거대함을 넋 놓고 바라보다 해설사님의 ‘이동합니다’란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책로를 따라가니 펼쳐지는 미역널바위의 본모습!! 말문이 막혔다.

금오도 미역널바위 전망대
금오도 미역널바위 전망대
금오도 미역널바위의 참모습
금오도 미역널바위의 참모습. 무슨말이 필요하리오.

비렁길은 앞으로만 가는게 아닌 파노라마 같은 자신의 인생을 되새기며 걷는거라고 한다. 절의 일조문에 다다를때까지 힘든길을 오르며 자신을 반성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한 시간 밖에 못본게 아쉽지만 다음엔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 하긴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또 오지.(웃음) 완벽하기 보단 살짝 아쉬움을 남겨주는게 여행의 미덕이라 생각한다.

막간

점심은 매운탕. 금오도의 해풍을 맞고 자란 나물튀김.매운탕과 좋은사람들과의 대화가 어우러 지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추억삼아 끄적이지만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점심이었다.

즐거움을 바람에 맡기고 바닷가에 앉아 나에 대해서 앞으로에 대해서 여행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난 변할 수 있는걸까? 그러던 중 윤희 & 혜림누나 콤비가 다가와 훼방을 놓았다.(퍽) 옛날같으면 대충 얼머부리고 자리를 피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말을 걸어 준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니 고맙게 받기로 했다. 뻘쭘함이 가시지 않은상태라 누님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한건 아쉬웠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에선 민우형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재중아 가방좀 봐줄래?’ 형에겐 단순한 부탁일지 모르지만 기뻣다고 할까? 작지만 다른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향일암의 향기

향일암은 해를향한 암자란 의미로 해돋이 명소로 잘 알려져있지만 원효대사님이 좌선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힘겹게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 대웅전을 등지니 드넓은 남해바다가 쫘~~악 펼쳐졌다. 좀 더 힘을내니 관음전과 원효스님 좌선대가 보였다. 좌선대에 놓인 수 많은 동전들은 시람들의 염원을 표현하듯 자기만의 빛을 발했다.

향일암 복원중인 대웅전
복원공사가 한창인 향일암의 대웅전
향일암 관음전 이정표
향일암 관음전 이정표
관음전에서 꾸벅꾸벅 조는 스님
관음전에서 꾸벅꾸벅 조는 스님. 귀엽다.^_^

이 곳에 앉아 원효스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중생을 위한 사색일까? 넋 잃고 경치를 바라보았을까? 살짝 졸고 있었을까? 좌선대가 보이는 바위에 앉아 생각에 잠기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홍건하던 땀을 실어가 상쾌한 기분이다.

향일암 원효스님 좌선대
향일암 원효스님 좌선대

몇 년전 아는 동생과 함께 새벽에 올라와 일출을 바라보기도 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도 한데……그러던 찰나 가이드가 내려가야 한단다. 장국의 ‘간’ 좀 보니 뚜껑 덮어야 한다네? 같이 온 사람도 빡빡한 일정이 불만인지 동남아 패키지 온 것 같다며 투덜거렸다.

남도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픈 조직위의 배려는 고마웠지만 나는 좀 쉬고 싶을 뿐이고…… 다음에 이런 투어를 진행한다면 3박 4일로 잡고 하나라도 좋으니 시간을 두고 깊이있게 봤으면 좋겠다.

약간 아쉬운 저녁

보성으로 이동해 저녁밥을 먹었다. 키조개 정식이라는데 먹어보니 생선 샤브샤브가 더 어울릴 듯. 지난밤처럼 양이 푸짐한건 아니었지만 생선살을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으니 녹는다 녹아~!! 밥을 더 먹고 싶었지만 추가로 돈을 내야한다길래 포기했다. 여수를 벗어나니 야박해진 느낌이라 조금 섭섭했다.

보성 다비치 콘도 저녁
보성 다비치 콘도 저녁

마음을 넘어……

짐을풀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친구와 통화를 하다 술집에서 여행을 같이한 사람들과 만났다. 한 가닥 하시는 분들이 허각 노래한곡 땡기라며 마이크로 보이는 물체를 건넸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지만 얼마 후 다른사람들이 합류하면서 그것은 어느샌가 없던걸로 되어버렸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근데 술자리는 술자린데 테이블위에 안주접시 대신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놓여있네? 촌구석에서 올라온 내겐 신세계. 울산에선 아이패드 하나 볼까말까한데 윗동네에선 일상인가? 그러고 보니 대부분 서울에서 왔지. 스마트기기에 친숙한 사람들을 보니 내심 부러웠다. 처음으로 아이패드2를 지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1차는 간단히 마무리 되고 2차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평소같음 절대 못했을 이상한 개그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기 사람들은 나에게 언어장애가 있다고 흉을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살려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개그 케릭터’로 승화시켜주었다. 언어장애? 걍 사투리하고 일본어 짬봉으로 해봐. 하하하.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 모인 사람들은 사심없이 엑스포를 사랑한다는걸 느꼈다. 닫혀있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면서 소통을 거부했던 지난 25년을 털어버리고 모두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고 싶어졌다.

헤헤… 그런가용? ^^ 저 일본어 그렇게 잘 하는거 아닌뎅.ㅎ

오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블로그 놀러가봤는데…뭔가 이것저것 하고 계시는군요!! 앞으로도 화이팅 하자구요.ㅎㅎㅎ

페북에서 계속 지켜 봤지만.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 지 기대되여.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ㅎ 연재하면 꼭 읽으러 와 주세요.

저에겐 댓글이 생명수에요 응원 팍팍 넣어주세요…ㅎ 그래야 필력이 살아나죠..ㅋㅋ

유랑인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