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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전거 여행 #06] ‘예류’, 중국인에게 치이다.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자 그치기 시작했다. 계속 내리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천만다행.(^^) 서둘러 짐을 꾸리고 예류(야류) 지질공원으로 향했다.

Bicycle travelin taiwan

자전거에 짐을 묶고 출발준비 완료~!

예류는 유명 관광지답게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표를끊고 들어가니 한국어 팸플릿을 하나 주던데 대만에서 처음보는 한국어 팸플릿이라 무척 반가웠다. 기쁜 마음에 사진을 한 장 찍고 살펴보는데 너무나 어설픈 한글에 실웃음이 난다. 예류 내의 안내판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 알려진 관광지도 아니니 한글이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겠지만 그래도 좀 고쳐졌으면 좋겠다. 위의 일본어는 정확하게 적어놨던데…(ㅠㅠ)

예류에서 본 한글 안내판

예류에서 본 한글 안내판 –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지만…뭔가가 어색하다.

대만 동부해안은 우리나라 동해처럼 바람이 세고 파도가 거칠어 자연적으로 다듬어진 바위가 많다. 예류(예류)도 그 중 하난데 워낙 특이하게 다듬어져 인기를 끄는거라 한다. 하지만 유랑인에게 예류는 유쾌하지 않은 곳이었다. 예류(야류)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하나같이 무시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X무시. ‘여기 사람은 하나같이 차가운가?’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대만 예류(야류) 지질공원

예류(야류)의 전체적인 풍경

알고보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 사람 욕하는거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이 마치 자기것인 냥 하늘이 울릴 정도로 떠들어 대지, 사람을 밀치고 가도 사과 한 마디 없지, 사진 찍는답시고 길막(길을 가로막고)하고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가지가지 하더라. 대만사람이 아닌것에 안도했지만 짜증이 날대로 난지라 조용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 생각없이 언덕을 오르니 탁 트인 바다와 전망대가 유랑인을 맞이했다.

“야호~!!!!!”

그렇게 가슴 속 응어리를 쏟아냈다.

에류(야류)의 전망대

에류(야류)의 전망대 –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좋았다.

그런데 우라질(ㅠㅠ) 또 비가 내린다. 대만의 3월 날씨는 정말이지 SHIT이다. 맑다가도 심심하면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려대니 원.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릴적 했던 슈퍼 마리오에서 구름 위에서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거북이(번개인가??)를 던지던 놈이 생각났다. 그 놈 때문에 게임오버가 된 적이 많은데 그걸 재현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SHIT. 유랑인의 자전거는 크로몰리(약간 철 성분이 들어간 금속)로 되어있어 빗물에 민감한지라 애간장은 더욱 더 타 들어간다. 그런데 예류를 나오니 “우히히힛……’ 비웃기라도 하듯 비는 그쳤다.

‘아이고…혈압…….’

예류(야류)에 볼 거리는 많이 남아 있었지만 중국인 떼거리를 보고 싶지 않았고 김 빠진지 오래라 그냥 허핑다오 공원으로 향했다. 이곳도 예류처럼 바람에 풍화된 바위가 많은데 예류의 것과 달리 아가자기한게 많다고해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라 느긋하게 둘러 볼 수 있다는 점도 결정에 한 몫 했지만.

허핑다오 공원으로 가려면 만리(Manli)와 지롱(Keelung)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부터 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덤으로 자전거 도로도 없어졌다. 급경사에 산을 넘어가는 코스로 지금까지의 길은 언덕에 불과했다. 지그재그와 끌바(자전거를 직접 끌고 움직임)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고개를 넘었다. 힘들었지만 아이스크림이나 물 등을 챙겨주며 응원해주는 대만 사람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Yehliu to keelung road2

예류에서 지롱으로 향하는 산길.

Meet good person in keelung taiwan

힘내라고 아이스크림과 물을 주신 아이스크림 가게 할아버지. 이런 분들이 많았기에 유랑인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다.

허핑다오 공원으로 가던 중 지롱의 한 광장에서 춤추는 여학생들을 만났다. “안녕? 너 춤 디게 잘 추는데? 놀라웠어”라고 하자 수줍어 하면서도 유랑인 주변으로 몰려오는 그녀들. 태극기를 보더니 “니 스 한궈런?(한국 사람이니?)”라고 묻는다. “뚜이(응)”라고 하니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어찌된게 유랑인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더라. 동방신기, 2PM, 소녀시대 등 이름 한 번 들어본 가수들은 죄다 나오더라. 물론 모르는 가수 이름도 나왔지만.(웃음) 이 외에도 그녀들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거기에 대답해 주느라 한동안 붙잡혀 있어야 했다.

Me with Giris in keelung taiwan1

학교 공연때문에 춤 연습을 하고 있던 소녀들

그래도 좋았다. 여자에게 둘려싸여 보는건 모든 남자의 ‘로망’이 아니던가. (오해는 말자. 하렘을 좋아하는건 아니다.)

Me with Giris in keelung taiwan

남자의 로망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언론에서 대만은 ‘반한감정’이 심해서 위험하다”고 떠들어 대던게 생각났다. 유랑인이 대만에 한 달간 머물면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따스했고 안부를 걱정해 주었다. 어떤 분들은 자기 집에서 재워주기도 했고 역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다.

그녀들과 헤어지고 아이폰을 열어보니 공개 와이파이가 잡히는 지역이었다. 대만도 차츰차츰 공개 와이파를 설치하고는 있지만 일본을 닮아서 공개 와이파이가 많지 않아 인터넷 쓰기가 불편했는데 오랜만에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모처럼 가족과 지인에게 이메일을 쓰고 카톡을 하면서 놀았다. 역시 인터넷은 우리나라 만한데가 없다.

광장에서 허핑다오 공원은 그리 멀지 않았다. 부둣가를 가로질러 마을 여러개를 지나니 바로 보였다. 그런데 재해를 입었는지 공원 광장에는 부서진 나무와 토사가 한데 뒤엉켜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공원주변에 ‘안전주의’ 펜스가 많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것 때문인 듯 했다. 출입을 막지는 않아 둘러 볼 순 있었지만 편하게 구경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Crisis a Heoping dao park

처참했던 허핑다오 공원 광장

공원을 나올까 하다 ‘힘들게 왔는데…’ 라며 해안가 쪽으로 나가보니 ¡Este es Fantastico!(이거 이거 멋지군요!!) 버섯모양의 바위군락이 펼쳐져 있는게 아닌가. 그 중에선 강릉 오죽헌에서 보았던 남근을 빼 닮은 재미난 바위도 많아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사람도 북적거리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보고 나왔다. 물론 사진도 잊지 않고 챙기고.(웃음) 다음에 대만을 다시 찾는다면 다시가볼 생각이다. 이 글을 쓸 무렵엔 복구되어 있겠지?

Heoping Dao taiwan

허핑다오 공원의 해안가. 예류처럼 특출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가 나름 볼 만했다. 마지막은 인증샷.

허핑다오 공원을 둘러보고도 시간이 남아 내친김에 지우펀까지 달리기로 했다. 해안가로 나가는데 해안도로가 정말 알흠다웠(?)다. 물론, 바닷풍경이 아름다웠다는건 아니고 ‘도로’가 아름다웠다는 의미이다. 차, 자전거, 오토바이 도로가 딱딱 분리된게 아무걱정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이었다. 갱상도 말로 표현하자면 ‘아주 지기는’급. 우리나라도 자전거 도로 설계할때 대만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Taiwan bicycle road

대만의 알흠다운 도로풍경. 차, 자전거, 오토바이 도로의 삼단분리!! 최고다 정말.

씐나게 해안도로를 타다보니 지우펀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우펀은 산악지대에 있기 때문에 업힐이 필요하므로 올라가기 전  식당에서 배부터 든든히 채웠다. 그러는 김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이폰과 전자장비를 충전했다.

밥을먹고 나오니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졌다. 난생 처음으로 야간 산악 라이딩을 하는만큼 전조등 밝기를 최대로 하고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 무섭긴 했지만 드문드문 가로등도 있고 멀찌기서 지우펀 마을이 보였기 별 탈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지우펀으로 들어서려는데 개무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라오메이에서의 악몽이 떨쳐지지 않은 유랑인으로선 진입을 포기하고 중턱에 봐 두었던 팔각정에 텐트를 쳤다.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

Keelung to jioufen uphill

조금 무서웠던 지우펀 가는 길. 해발 700미터의 위엄….

주변에 씻을곳이 없어 그렇긴 하지만 지붕도 있고 공간도 넓어 텐트 펴기에는 딱이었다. 오늘도 씻는거는 물티슈다. 빌어먹을 개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화장실에서 샤워하는건데. (ㅠㅠ) 찝찝했지만 개한테 물리는 것보다야 나으니 내일은 샤워를 꼭 하기로 다짐하며 찝찝한 잠자리에 들었다.

Jiougfen camp

지우펀에서 캠핑(노숙) 할 때의 모습…..

노숙지 – 지우펀 앞 팔각정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비를 피하기 좋으나 밤에 개들이 와서 쉬어가기도 하므로 개를 싫어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아울러 공중화장실이 지우펀에 있으므로 볼일 보려면 지우펀까지 원정가야 한다. 한 밤 중에 배가 아프다면…… 이 이상은 생략한다…..

이동경로

Yheliu_to_Jiufen

초고작성 : 2013.07.09 (1차 수정 : 2013.07.29)

7 thoughts on “[대만 자전거 여행 #06] ‘예류’, 중국인에게 치이다.”

  1. 밍규리 says:

    지롱시에 갔을 때 저 건물(문화중심?)에서 춤추던 애들보면 맥주 홀짝 마셨죠.
    직접 사진도 찍으셨으니, 저보다 한 수 위!

    1. 유랑인 says:

      저는 그냥 뭔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었는데 이벤트가 발생하더군요. 그땐 참 즐거웠었죠^^

  2. 윤쫄 says:

    저는 지우펀에서 예류로 가려고 합니다 ^^ 도로라서 자전거타기가 위험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요~~

    1. 유랑인 says:

      지우펀에서 예류로 가는거라면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시는 거군요.
      2번 국도를 이용하시게 될 텐데, 화물차를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3. MJ Kim says:

    유랑인님 글 읽고 가슴이 마구 뜁니다.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일주를 시작하려했는데 중국의 까칠한 자전거여행객에대한 대접으로 접고 어디를 시작 할까 고민하다가 급기야 마음이 약해져서 에잇 안갈래로 마음 정했더랬어요.
    그런대 나 자신을 시험 삼아 유랑인님 글 읽고 유랑인님 경로로 자전거여행 함 해볼라고요. 유랑인님 글 수첩에 옮겨 적고 5월 달 안으로 떠나볼라구여. ^^고마워요. 좋은 글이 여럿 살리네요 ^^

    1. 유랑인 says:

      MJ Kim 님 댓글과 페이스북 친구추가 감사드립니다. 중국인에게 악한 감정은 없지만, 자전거 여행을 할 당시엔 지칠대로 지쳐 있던터라 감정이 격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 계획하시는데 제 여행기가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MJ Kim 님의 멋진 여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준비

      1. MJ Kim says:

        저도 중국에 악감정 없어요. 배로가는 것을 알아보니 중국 세관에서 통관세로 많은 돈을 요구해서 포기 했어요. 그리고 비자내는대 90일정도면 95,000원 !!!! 한국비자는 거의 하이패스있데 말이에요. 그래서 단둥배 편 티켓을 10% 취소수수료 지불하고 다시 여행 계획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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