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못한 찝찝함과 밤새 내린느 비 소리에 뜬 눈을 비비며 밤을 새다보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지나가는 비라서 별 일은 없었지만 지붕이 없는 곳에서 텐트를 칠 땐 자전거는 텐트에 넣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것도 결국 아니긴 했지만)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 대학교 학식을 먹으러 갔다. 밤새내린 비로 몸이 차가워져 있던터라 뜨근한 밥과 국물을 기대했는데, 그런건 없고 토스트와 음료수만 떡하이 놓여져 있었다. 토스트론 양이 안차 여러개를 집어 먹었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려면 든든하게 먹어야지’라는 핑계로 출렁거리는 뱃살을 정당화 한다. 자기합리화는 정말 편리하다.^^
오늘은 야류(예류)까지 가는걸로 하고 도중에 라오메이 공원((laomei Park)과 시먼 풍력발전소를 구경 하기로 했다. 이것 외에도 가다가 좋은게 있으면 다 둘러볼 계획이다. 바람가는 대로 물가는 대로 랄랄라.
얼마 안 가 라오메이 공원의 이정표가 보였다. 보통 해안과는 달리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대만에 오기 전 부터 기대하던 곳이었는데, 진입로를 무리지어 있는 개들이 가로막고 있다. 무턱대고 지나갔다간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주춤하고 있는사이 오토바이 한 대가 그 길을 지나가는데 크게 짖으며 달려드는 개들. 황천길로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아이폰의 GPS를 보고 다른 길이 있는지 살폈다. 어떻게든 공원을 구경하고 싶다는 유랑인의 마음이 통했는지 우회가능한 길이 있었고 근처엔 식당도 있었다. 가장 비싼 요리를 시켰는데 한국돈 2,800원.
대만에 5일 동안 머물면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호화(?)스러운 음식이었다. 계란 후라이, 구워진 고기에 향긋한 야채가 만들어 내는 맛의 조화. 우리나라에선 기껏해야 김밥 두 줄인데 대만에선 이렇게 호사를 누린다. 이래서 여행이 좋은것 같다. (^^) 대만사람의 년(年)소득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생필품과 먹거리가 저렴해 삶의 질은 높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이 요리하는걸 귀찮아 해 밥을 사 먹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문제 아닐까? ^^;;
라오메이 공원에 도착할 무렵엔 구름이 끼더니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덕분에 기대했던 초록 해안선은 구경도 못하고 소금물만 잔뜩 먹었다. 대만의 3월 날씨가 좋지 않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지독할 줄은 몰랐다. 이런 와중에도 옆에서 꿋꿋하게 사진을 찍던 사람이 있었는데 카메라가 망가지진 않았나 걱정되었다.
라오메이 공원을 뒤로하고 시먼 풍력 발전소로 향했다. 어떤 블로그에 전망이 좋은데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길래 ‘로컬만의 것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가게 되었다. 대만의 풍력발전소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구.
1시간을 달리니 블로그에서 봤던 갈림길이 나왔고 거기를 지나 열심히 올라가니 골프장 하나가 나왔다. ‘어라 블로그에서 본 거랑 다른데?’ 느낌이 이상했지만 올라온 게 아까워 계속 가보니 발전소는 건너편 산꼭대기에서 굴러가고 있었다…….
허무했다…. 허무했다……
1시간을 이리 돌고 저리 돌며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보지만 길은 길대로 안보이고 몸은 지쳐가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육두문자를 중얼거리며 산을 내려와 근처의 고깃집 주인에게 길을 물으니 지도를 하나 그려주었다. 그런데 그 길은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던 길과는 완전 반대방향. 예류방향으로 내려가니 발전소로 올라갈 수 있는 깔끔한 길이 보였다. 시먼 풍력발전소는영덕만큼은 아니었지만 소박하게 생긴게 볼만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조금이나마 짜증을 날려주었다.
발전소 찾는답시고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 예류에 도착하니 어두워진 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표소로 가보지만 문은 굳은 닫혀있을 뿐. 별 수 없이 근처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매표소 앞에 텐트를 펴고 싶었지만 그건 좀 참기로 하고 여기로 오기전 봐 두었던 공동묘지에 자리를 잡았다. 땅에다 사람을 묻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은 그럴싸한 집 형태의 납골당을 지은 후 그 안에 유골을 넣어두기 때문에 지붕은 기본이고 한 사람 정도는 누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여기서 비박을 하면 비도 피하고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지만 뭔가 꺼림찍해 납골당 앞 공터에 텐트를 폈다. 그런데 얼마안가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한다. 플라이를 쳐 놓았기 때문에 비가 샐 염려는 없었지만 차오르는 습기는 또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여기에 모기까지 있었으면 정말 최악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대만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장례문제로 골치를 썩힐 것 같다. 대만을 일주하면서 하루에 두 세번은 공동묘지를 보게 되는데 납골당이 커서 가끔은 버려진 마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야영지 – 공동묘지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비만 안오면 그럭저럭 좋은 곳인데, 비가 와서 최악이었음. 습기가 차서 편하게 자기 어려웠다.
이동경로 – 단수이, 예류(야류)
초고작성 : 2013.07.08 / 2차 수정 : 2013.08.11
댓글 4 개
댓글 쓰러가기 →대만여행기는 처음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여행기도 기대해 주세요.^^
작년 차를 렌트해서 다녔던 곳을 자전거로 다니셨군요..대단하시네요
잦은 비 아니면 쨍쨍 햇볕 날씨에 오토바이들의 매연이 상당했을텐데요..;;
대만 동부 해안지역은 생각만큼 오토바이가 많지 않더군요..^^;; 오토바이 매연은..심히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