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차고지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 오늘은 타이마리를 경우 대만 서부 해안 지역으로 가는 날이다. 구글지도로 사전정보를 확인 해 보니 어느정도의 산행은 각오해야 하는 코스였다. 사실 유랑인이 걱정 되었던건 산을 오르는 것 보단 인적드문 곳에서 개들이 튀어나와 달려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평소보다 주위를 좀 더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로 했다.
타이마리 시내를 빠져나와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니 얼마안가 퐁강(Fonggang)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눈 앞에 펼쳐진 산은 오늘도 만만치 않음을 암시해 주는 듯 하다. 산길로 접어서니 자전거 도로가 없어지고 이차선 좁은 도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2번, 9번 국도처럼 차량통행이 많은건 아니어서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중간중간 라이더 쉼터가 나올 때 마다 텁텁했던 목을 축이고 휴식 하면서 나아갔다. 자전거의 천국을 표방하는 대만답게 자전거 여행자가 많은 지역의 경찰서나 관공서에는 ‘라이더 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자전거 펌프, 식수, 도로 정보, Wifi 등 라이더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어 편리했다.^^ 우리나라도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전거 도로 개발이 한창인걸로 아는데 외적인 모습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전거 여행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대만을 일주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이륜차를 위한 배려가 너무 잘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비가 심하게 쏟아진다. 산 오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비까지 맞으니 죽을상이다. 물먹은 생쥐꼴로 정상에 도착하니 같은 처지의 수많은 여행자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들과 여행정보를 공유하는데 여기부터 오르막은 없다고 했다.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비가 잠잠해 지길 기다렸다 내리막을 따라 퐁강(Fonggang)으로 다시 출발. 모처럼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이라 “야~~~호~~~!!!”를 외치며 신나게 내려가는데 개들의 무리가 길목을 지키고 있는게 아닌가. 고속으로 내려가고 있던터라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복 될 수 있었기에 무시하고(개X끼 따위…) 지나 가는데 요놈들이 큰 소리로 짖으며 맹렬히 추격한다.
내리막 길이었지만 기어를 최대한 내리고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죽기 살기로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이놈들 저번과는 달리 추격을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긴 커녕 속도를 내면 낼수록 페달 옆으로 맹렬히 따라 붙으며 달려 대는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 했다. 개들의 추적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좀 떨어뜨려 놨다 싶어 숨을 고르고 있으면 금새 따라 붙고 따라 붙고 환장할 노릇이다.
개들과 레이스를 벌이면서 알게된건 개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GPS로그를 보니 개들이 나온 곳에서(마을어귀) 추격을 뿌리친 지점까지의 평균 속도가 45~50km/h 였는데 이렇게 달려도 물릴까 말까였다. 수아오에서 화롄가는 산길에서도 이런식으로 쫒겼지만 그쪽은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내리막이 아니었으면 어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개들은 인적이 드문 마을이나 폐허에 많으니 사람 많은 지역으로 가면 덜하겠지 싶어 퐁강으로 서둘렀다. 퐁강에 도착하니 거친 바람이 유랑인을 맞이하는데 정말이지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바로 카오슝으로 향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처쳉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예상보다 빨리 퐁강에 도착한 것도 있지만 근사한 아쿠아리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처쳉으로 가는길은 완만한 내리막과 오르막이 혼재된 길로 그간의 수행으로 단련된 유랑인에겐 어려운 길은 아니었지만 맞바람이 심해 애를 먹었다.
소문에 의하면 태풍(…)하나가 다가 온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후덜덜하다. 우리나라에선 7월이나 되어야 올라오는 녀석이 여기서는 3-4월에 출몰 한다니… 정말이지 시련이 끊이질 않는다. 첫 술에 배부르지 말라는 의미인가? (笑) 무튼 어찌어찌하여 아쿠아리움이 있는 처쳉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할 무렵엔 아쿠아리움을은 폐관이라 근처에 텐트를 치고 묵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쿠아리움 주변에 샤워와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마을이 없어 조금 애를 먹었다. 경찰서도 없고 학교도 보이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시내방향으로 내려가니 멀찌기서 마을 하나가 보였다. 마을사람에게 적당히 텐트 칠 자리를 물어보니 한 사원을 소개해 주었는데 사정을 잘 설명해주었는지, 사원 관리인은 본당 안에서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사원 아래에는 화장실도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어느날 보다 편하게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모기는 좀 있었지만……) 개한테 물리지 않기 위해(광견병을 예방하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여서 그런지 눕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야영지 – 마을의 한 공자사원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사원안에 피워놓은 촛불이 많아 조금 덥기는 했지만, 실내라서 아늑하게 잘 수 있었다. 사원 바로 아래에는 화장실이 있어 샤워하기도 편했다. 모기가 좀 있는것 빼면 있을만 했다.
댓글 3 개
댓글 쓰러가기 →잘 읽고 있다! ㅋ
그나저나 개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많아 보이는 느낌?..
대만에선 개만 조심하면 모든게 만사태평이야..ㅋㅋㅋ
[…] 도착할 수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개 짓는 소리가 들리는게 심상치 않다. 저번처럼 ’갑톡튀(갑자기 튀어 나오면) 하면 어떻하지?’ 겁이 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