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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전거 여행 #12] 나는 이래서 ‘사람’이 좋다.

대만에 와서 처음으로 호텔에서 잤다. 이 편안함~!! 이 푹신함~!! 이 쾌적함~!! 지금까지의 야영에 비하면 정말 천국이다. 토요코인처럼 아침까지 준다면 더 할 나위 없지만 방을 저렴하게 준 것만으로도 어딘가? 암암.^^

유랑인이 눈을 뜰 무렵엔 밤새도록 토크배틀을 벌였던 두 여행자는 떠날채비를 끝낸 듯 했다. 유랑인이 피곤해 보이길래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깨워서 미안하다며 수줍은 웃음을 보인다. 체크아웃까지 세 시간이 남았으니 편안하게 쉬다 가라고 했다. 서로 허깅을 하는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짧지만 달콤했던 그들과의 만남도 끝이났다. 이제부터 다시 혼자서 여행해야한다. 늘 혼자였지만 이번만큼은 ‘혼자’라는 두 글자가 낯설다.^^;;

Good bye

야영을 했다면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떠날 채비를 해야하지만 호텔이니 세월아 네월아 느그적 느그적 짐을 꾸린다. 생각보다 널어 놓은게 많아 짐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허둥지둥 체크아웃 하느라 헬멧을 호텔에 두고 나와 버렸다. 알아 차린건 한참 후. 화롄을 신나게 누비다 이상하게 머리가 허전함을 느끼면서다.

Hualien City in Taiwan

이른시간이라 조용했던 화롄의 모습

‘유랑인의 정신머리는 참……’

사실 유랑인은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 편이다. 미리미리 움직이면 모든게 해결 될 문제지만 그랬다면 이런 일은 진작에 없었겠지.(笑) 항상 끝 판 절정 까지 느긋하게 뒹굴다 허겁지겁 챙기니 꼭 한 두개씩 잊어버리니, 유랑인의 지인은 ‘물건에 줄을 달아놔야 돼. 그래야 안 잊어먹지’ 라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유랑인 본인이 생각해도 좀 그렇다. 하하하….

문제는 헬멧만 놔두고 온 것만 아니라 개념마도 상실했다.(웃으면 안되) 왜 개념을 상실했냐면 이제부터는 여행계획이 없기 때문이다(계획이 존재하긴 했었구나?). 본래도 계획 같은건 안드로메다 오백광년으로 보내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 최소한 동선내에서 적당한 둘러볼 곳 정도는 조사를 해 놓고 움직였는데, 타이페이에선 노는데 정신이 팔려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에는 야시장에서 먹고 마시고…) 조사는 뒷전 이었다. 조사라고 해봐야 한 참 전에 다녀온 허핑다오 공원이 전부였으니.(笑:테헤헷)

‘계획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퍽), 헬멧은 나중에 찾으러 가면 되는거고… ‘

해안가부터 화리엔 국제공항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누볐다. 화롄 해변-> 공업 지대 -> 초원 지대 -> 화롄 공항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화롄을 구석구석 둘러 볼 수 있는 길이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울산의 자전거 도로 급? 초원 지대에선 소풍나온 학생들을 만났는데 한류 붐으로 인해 유랑인은 또 다시 인기스타가 되었다.

The Corniche Biking Path in Hualien

화롄/화리엔의 자전거 타기 코스~ 정말 여러 테마를 구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여기서 한국식 기운 복돋이기 주문 “화이팅” 을 가르쳐 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유랑인과 헤어질때는 “화이팅”을 외치며 등을 밀어 주던데 기운이 절로 솟아났다.  “씨에씨에(고마워!)”로 답하며 화롄에서의 여행은 기분좋게 막이 내렸다. ‘유랑인’의 명함을 건네주며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호텔로 돌아가 자전거 헬멧을 찾고 남쪽으로 향햐는 여정에 올랐다. 물론, 간식을 꼬박꼬박 챙며먹는 센스는 잊지 않아서 유랑인의 뱃살은 빠질 줄 모른다. 타이페이에서 화롄까지 오면서 험하디 험한 산은 다 넘었는데…망연자실 이다.

Urangin ate taiwan dumpling

이런걸 먹으니 뱃살이 절로 나오지~ 하지만 정말 맛있었음. 육즙이 살아있다!!

화롄을 나오면서 부터 화물차가 적은 해안도로가 이어졌다. 유랑인을 괴롭혔던 화물차는 화롄의 공업지대에 원자재를 배달하거나 완성품을 받아 타이페이, 이란, 타이중 같은 주요 도시로 운송하는 것 같았다. 화물차는 없지 해안선은 아름답지 최고의 길을 만나서 좋아하고 있는데, 그러지 말란건지 도로는 이차선으로 좁아지고 산(!!)으로 이어진다. (안돼~!!!!!!!)

Hualien Taitung Seaside Road

이런 아름다운 길이라고 좋아했는데..

Hualien Taitung Mountain Road

현실은 시궁창…

유랑인 : 영화처럼 해안선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드라이브 하는 건 망상에서만 하란 말인가요?

산 : 응, 망상이야. 꿈 깨~! (笑:ㅋㅋㅋㅋ)

최악(이란과 화롄사이의 9번 국도처럼)은 아니었지만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산을 여러 개 넘어가는지라 화롄에서 받아 온 물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어찌어찌 작은 마을에는 도착할 수 있었지만 너무 작은 마을이라 도움을 청할 경찰서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마을 구석에 텐트를 치는데 근처에 마을사람이 있길래 확인차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어 보았다.

“뚜이 뚜이!(괜찮아, 괜찮아)”

자기땅도 아니니 혼쾌히 허락(?) 해준다. 텐트를 치고 심적인 안정을 찾은 유랑인은 양해를 구했던 마을사람에게 다가가 대범하게 ‘샤워’를 해도 되는지 물어 보았다.

Taiwan Hunters House

진지한 포스로 총기를 손질하는 현지인. 이 사람 집에서 하루 묵어가게 되었다.

“하하하! 뚜이 뚜이!!(고럼, 고럼)”

시골이라 그런가? 앗싸리 허락 해준다. 처음보는 외국인이 난데없이 자기집에서 샤워를 하겠다는데 망설임도 없이 허락을 해 주다니. 놀라기도 하면서 때 묻지 않은 시골사람의 순수함이 좋았다. 하는김에 밀렸던 빨래까지 해결하고 나오는데 그 집의 가장 윗 어른인 할머니가 유랑인을 보더니 ‘밖에서 자지말고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는게 아닌가?

“쩐더 마?(정말 이에요?)”

거기에 밥까지 차렸으니 함께 먹자고 권하기 까지. 사실 마을에 식당이 없어 저녁을 어떻게 해결할지 난감해 하고 있던터라 할머니의 호의가 너무 고마웠다. 따뜻한 밥에 따뜻한 잠자리에 따뜻한 샤워까지… 이런 사람이 없었다면 유랑인은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 분명 대답은 No 일 것이다.

Urangin Stay in taiwan Local Peoples House

유랑인도 손님이라고 이렇게 후한 대접을 해 주셨다. 식당이 없는 마을이라 막막했는데 이런 분들이 있어서 굶지않고(?)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 때는 왕따로 사람을 피하고 다녔지만 대만 자전거 여행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일부는 페이스북으로 연락까지 하며 지낸다. 이렇게 유랑인은 스스로의 알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Heart Of Asia, Taiwan. 정말 그 말 대로다.

숙박지 – 대만 현지인 집

전체평가(별 5개 만점) : ★★★+@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온수 샤워, 편안한 침대, 시원한 맥주 with 좋은 사람들. 여기가 천국이지 지옥이랴. 

Urangin Stay in taiwan Local Peoples House 2

이동경로 – 화롄/화리엔(Hualien), 지시(Jici)

Route Hualien J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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