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의 아침. 여관침대가 푹신해 뒹구르르 하다보니 오전9시. 늦장부리고 싶었지만 한양까지 가는 목표가 있기에 일어났다. 여관을 나오니 역전 번화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가는 사람 없이 썰렁하다.
10. 120번 (구미)
역 앞 정류장(111번을 하차한 정류장 맞은편)에서 첫 버스를 타면서 둘째 날 여정이 시작되었다. 선산 터미널에 도착하니 상주행 시내버스가 2시간 뒤라는걸 알게 되었다.
휴게실에서 계란을 먹으며 수 없이 지나가는 직행버스의 유혹을 이겨내니 버스가 도착했다.
11. 200번 (구미->상주)
그나저나 시골로 들어갈수록 버스요금이 올라가는 건 무슨경우? 그런데 기점에서 종점까지 손님이 3명이 전부니 비싼 요금에 동정이 간다. (웃음)
상주터미널은 HOME EVER 건물과 통합되어 있어 처음엔 찾기 어려웠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화령’행 버스가 도착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놓칠 뻔 했다.
12. 번호없음 (상주)
30분동안 눈내린 하얀세상을 구경하다 보니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 화령에 도착했다. 충청도 보은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2시간 뒤니 마을산책을 하기로 했다.
책에서나 볼법한 옛스러운 풍경. 70년대로 타입슬립한 착각이 들었다. 유랑인이 사는 동네도 시골이지만 화령은 그것을 뛰어넘은 곳이었다. 이런걸 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 보니 배시계가 꼬르륵 거린다. 밥 먹으로 동네를 싸돌아 마땅한 데가 없다. 설날이라 영업중인 음식점이 보이지 않는다. 편의점은 있을 리 만무하고 포기할까 하다가 희한한 곳을 발견했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잡은 양식당 ‘나폴리’. 돈까스.토스트.피자…. 범상치 않은 곳임은 분명하다. 안산에서 온 젊은 부부가 운영 중이었는데 손수 만든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돈까스를 시켜보았다. 맛은 보통? 가정에서 먹을법한 평범한 맛이다.
화령도 호계처럼 중요마을인 듯 하다. 시외버스 정류소·관공서·우체국까지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버스가 도착했다~!!!
13. 번호없음 (상주->보은)
시골이라 손님은 유랑인 혼자. 기사님은 내 말투를 듣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경상도라 하니 전라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충청도 사람도 전라도 사람과 터놓고 지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하는데 전라도가 마냥좋은 유랑인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뭐 조금 더 살아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미원에 간다하니 기사님은 터미널에 내려주셨는데 불행히도 미원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다니지 않았다. 기사님은 직행버스로 착각하신 듯. 터미널을 나와 정류장이 있는 보은읍사무소 근처(약국 앞)로 이동했다.
14. 번호없음 (보은->청원)
15. 211번 (청원->청주)
선산-상주, 화령-보은에서 대기시간이 생각이상으로 길어 경기도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충청북도의 버스는 하나같이 환승 할인이 안 된다. 타는대로 요금을 내야 하니 만만치 않다. 경주도 환승이 안되지만 싸기라도 했지 여긴 뭐 할 말이 없다.
16. 711번 (청주->진천)
17. 번호없음 (진천)
광혜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전 확인차 행선지를 물으니 대머리 기사님은 “콜~~” 이라신다. 재미있으신 분이셨다. 아이폰 GPS로 현재위치를 확인해 보니 충청도 끝자락이다. 그러나 서울까지는 멀기만 할 뿐이고~ 시간은 빨리 흘러 갈 뿐이고~ 서울까지 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버스가 다니는 시간조사라도 해 둘걸……
충청북도와 경기도의 경계 광혜원. 이름이 거창하길래 고상한 볼거리가 있는 줄 알았는데 길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음침한 분위기다. 밤이라서 더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다.
경기도 목전답게 서울행 직행버스가 많이 보였다. 저걸 타면 한방에 서울인데……서울인데……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1시간을 추위와 싸우니 죽산터미널(안성시)로 가는 시내버스가 도착했다. 시간은 벌써 밤 9시. 서두르지 않으면 서울에 당도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가는 데 까지 가 보자구~!
18. 17번 (진천->안성)
승객이 유랑인 뿐이라 기사님은 말을 걸며 적막함을 달래본다. 대부분의 버스기사는 하는 일에 비해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해 어려운 생활을 한다고 한다. 이런말을 들으면 세상은 참 불공평 한 것 같다.
19. 10-1 (안성->용인)
20. 10 (용인)
용인중심에 접어들면서 서울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사님도 유랑인의 마음을 알았는지 쾌속으로 밟아주셨다.
21. 5005 (용인->서울)
운 좋게도 서울행 막차를 탔다~(감격) 울산에서 부산가는 광역버스와 달리 고속도로를 타는 게 특이했다. 서울역이 가까워 지면서 화려한 마천루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한강을 지나니 종점에 도착했다.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시간이 배로 걸리긴 했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갈 때 그냥 지나쳤을 도시들을 구석구석 누비며 정겨운 풍경을 마음껏 담을 수 있었고 특이한 여행을 하나 성공했다는 점이 유랑인을 뿌듯하게 했다. 다음은 울산에서 광주까지 가 볼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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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개
댓글 쓰러가기 →대단하다 ㅋㅋㅋㅋ
병준!!!! 한국엔 언제 들어오는게냐?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