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부산 시내버스를 가끔 이용하면서 ‘시내버스로 전국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여행을 좋아하는 유랑인!! 안해보고 어찌 배기리.
아이폰에 경로를 저장하고 간단한 옷과 지갑을 챙겨 무작정 집을 나선탓에 버스가 잘 없는 지역에선 밖에서 몇 시간동안 추위에 떨어보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전국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며 평온함을 느꼈던 마냥 즐거웠던 시간이다.
본 여행기는 구 유랑인(가볼래 닷컴)에 있던 자료를 가져와 재편집 한 것입니다. 본문에 수록된 자료는 2010년 2월 자료며 현재(2012년 1월 기준) 버스요금은 10~15%인상 되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바뀐 정보가 있으면 댓글 달아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1. 412번 (울산->경주)
익숙하게 농소1동 주민센터(호계) 앞 버스 정류장에서 경주(모화)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경주와 가까운 탓에 버스 대부분은 모화가 종점이지만 가보는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몇 년 만의 방문이다. 많은게 변했는데 모화역이 폐역되 부동산 중매업체의 간판을 달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라고나 할까. 정겨운 간이역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2. 600번 (경주)
모화에서 경주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는 모화 차고지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울산과 경주간 사이가 나쁜건지 정류장을 공유하지 않고 이름만 같은 정류장을 따로 운영 중이었다. 경주시내행 버스는 차고지 건너편 정류장에서 타야한다.
유랑인이 경주에 들리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성동시장 먹자골목. 여기서 맛보는 우엉김밥의 달콤함은 일품이다.
3. 303번 (경주)
아화를 가는 중 펼쳐지는 포도밭을 보니 포도의 본고장 영천과 가까워 진다는걸 느낀다. 그나저나 경주는 ‘환승’이 안되 버스를 탈 때마다 요금을 다 내야한다. 짜증.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으려니?
4. 번호없음 (경주->영천)
아화에 도착하니 영천행 군내버스가 1시간 30분 뒤에 있다는 걸 알았다. 찬바람 맞아가며 서 있는데 직행버스는 수 없이 지나간다. ‘아~내가 왜 이짓을 하고있지?’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근성으로 꿋꿋하게 버틴다. 영천가는 번호없는 버스가 도착할 즈음엔 얼굴과 귀가 얼어 붉게 변색되었다. 이 버스는 하루에 4번 밖에 없으니 시간잘못 잡으면 그야말로 Go to the hell이다.
* 정보수정 : 아화->영천을 오가는 시내버스는 753번이란 정식번호를 부여받아 운행중입니다.
5. 555번 (영천->경산)
영천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말벗이 되어주었던 친구의 고향이다. 조금 둘러보고 싶었지만 하양행 버스가 도착해버렸다.
6. 508번 (경산->대구)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경치는 뒷전이고 1시간 동안 잠만 잤다.
7. 724번 (대구)
8. 250번 (대구->칠곡(왜관))
724번이 내려준 북부 정류장(정류소 이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무심하게도 그냥 가 버리네? 이상하다 싶어 노선을 살펴보니 250이나 왜관이란 글귀는 어디에도 없다. 정보가 틀렸나? 이것만 믿고 달려왔는데 앞이 깜깜하다.
잘못하단 객지에서 발만 동동 굴릴신세. 사람 붙잡고 250번의 행방을 물으니 건너편 왜관에 가려면 북부 정류장(시외버스 서는 곳)에서 타야 한단다. 불안으로 가득 차있던 얼굴엔 급 화색이 돌아왔다. 250번 버스는 ‘고급좌석 버스’란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겉은 그럴싸한데 안은 일반 좌석버스와 차이가 없어 실망했다. ‘고급은 개뿔이……’
9. 111번(칠곡->구미)
250번이 내려준 왜관 남부정류소는 경영상태가 어려웠는지 교통카드를 금지하고 승차권을 강매했다.
정상요금에 500원 바가지. 괘씸했지만 정류소 한 견의 호소문을 보고 적선하는 셈치고 그냥 구입해 주었다. 사실 구미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111번 막차를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111번 버스는 구미역 앞에 유랑인을 내려주었다. 주변은 번화가인 모양이다. 이 곳의 명물인지 특이한 간판을 건 포장마차들이 몰린 거리가 보였다. 커다란 떡에 갈비살을 발라만든 떡갈비 꼬지를 사먹었는데 다양한 소스에 찍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음 같아선 여정을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구미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여관에 묵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방도 넓고 집 같은 분위기라 편안했다. 25,000원인데 싸게 달라고 하니 22,000원까지 깎아 주신다~ 롯데리아 햄버거로 뒤늦은 저녁을 먹고 친구에게 염장질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말이좋아 염장질이지 ‘미친놈’소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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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개
댓글 쓰러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보통 부산 들려서 가지 않나? 1127번 타고 부산와서 가는걸로 봤던것 같은데……… 1박2일도 아니고 아침 출발-밤 도착으로………….. 아닌가? ㅋㅋㅋㅋ 디씨 버스갤에 한 사람 인증 있었던것 같다.
ㅎㅎㅎ 그게 정석이긴 한데… 갑자기 떠나고 싶어서 떠난거라..ㅋㅋ 출발이 조금 늦었어.. 오후 출발..ㅋㅋㅋ 그래도 할만했었지.. 조만간 울산-강릉-서울도 찍어볼라궁..ㅋ
우와… 농소1동 사시나봐요! 저도 호계사는데 ㅎㅎ 설에 ktx찾아보다가 게시물제목을 얼핏 봐서 관심이 생겨 찾아왔는데, 신기하네요 > < 대단하십니당!
오오!! 여기서 농소1동에 사시는 분을 뵐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무지무지 반가움이 밀려오네요~!! 제가 좀 특이한 여행을 좋아합니다.ㅎㅎ 여행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놈이죠.ㅎ
우연히 버스 시간 알아보다가 포스팅된 글 보고 갑니다. 참고로 제가 고등학교(저도 울산 사람입니다만)다닐 때 미술 선생님께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그분 연세로 70~80년대에 버스를 타고 구미까지 정도로 갔다가 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기억이 제게 남아 있는데, 그 추억을 고스란히 꺼내어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실행해 보려고요. 잘 보고 갑니다.ㅎㅎㅎ
포스팅한지 오래된 게시물인데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시내버스 여행을 하면 시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