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2년 1월.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014년 1월이니 2년전 이야기 되시겠다. 열심히 자막질을 하다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건 ‘문득 생각이 나서’라고 해야겠다. 1)사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MC형과의 통화로 떠오르게 되었다. 엠씨형과 친구 엄포스와 함께 2박 3일간 부산과 여수, 마산을 돌아보는 짤막한 여행이었지만, 지금까지 쭈욱 홀로 여행을 해왔던 2)유랑인 소개 페이지에 나와 있지만 유랑인은 장기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아무리 짧아도 5일은 넘어간다. 이러니 늘 혼자 여행할 수 밖에 없었다. 글을 쓰는 2014년 시점에선 친구랑 아키하바라 원정도 다녀왔으니 솔로여행은 졸업했다. 유랑인에겐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해준 소중한 추억이다.
2011년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할 때 태극기 밑에 여수 엑스포 깃발을 달고 다녔는데 3)기왕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는김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알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93 대전 엑스포 비디오를 보고 우리나라가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는데 12년만에 엑스포가 다시 열린다는데 설레이는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쩌다 보니 일본신문과 브라질 Globo TV에 유랑인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여수 엑스포와 연을 맺게 되었고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하게 되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엠씨형과 엄포스도 이러다 만나게 된 것이다.
여수 엑스포 관련 행사를 처음 접한 유랑인은 그게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소셜 네트워크와 각각의 분야에서 한가닥 한다는 사람들 4)그때는 그게 참 대단하고 좋아보였지만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몇 사람을 빼면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능구렁이 투성이였다.을 접목시켜 창조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보려는 등 그럴싸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행사는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일정은 빡빡했다. 여수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를 제대로 알고 싶어 참가했는데, 정작 여수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는 전혀 없었다. 여행(관광)은 가이드를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며 10~20분씩 대충하는 정도였고, 한다해도 ‘소통’이라는 미명하에 여수 엑스포 SNS 미션수행을 해야 했기에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이것 뿐이었냐고? 조금이라도 딴길로 새면 눈치를 심하게 받았다.
한 걸음 나아가 여수 엑스포 PR이라는 탈을 쓰고 자기 광고질을 하는 황당한 경우까지 있었다.
지금 그때를 떠올리라 하면 맛있는 거 먹은거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금오도의 비렁길도, 황홀했던 향일암의 일몰도, 그 때 만났던 사람들도 일부 5)엠씨형, 림냥누나, 미숙누나 그리고 엄포스를 제외하면 기억의 지평선으로 넘어간지 오래다….
그래서 2012년 여수 엑스포 기념 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다음 느긋하게 여수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생각이 같았는지 엠씨형과 엄포스가 함께하면서 좌충우돌 여행이 시작되었다.
해맞이 행사가 끝나고 면식있는 사람끼리 뒤풀이에 가는 분위기긴 했지만 유랑인과 엠씨형, 엄포스는 닌자와 같은 민첩함으로 조용히 빠져나와 아무도 눈길하나 안 주던 오동도를 밟았다. 6)오동도는 여수에 있는 섬으로 평소에도 해풍이 불어 굉장히 추운 편이다.
공식행사땐 7)두 차례에 걸쳐 실행된 여수엑스포 팸투어와 해맞이 전야 여행 절대 가지 않았던 오동도 등대와 기념관도 가보고 섬 전체를 느긋하게 둘러봤다. 내려갈 곳은 다 내려가 보고 사진도 있는대로 찍어 보고, 밤에는 돌산대교의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지는 이순신 광장과 여수시내도 찍는 등 여느 때보다 느긋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매서운 칼바람이 불긴 했지만 유랑인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8)함께한 엄포스와 엠씨형이 즐거웠는진 의문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유랑인은 혼자서 여행을 했었기에 9)필리핀이 있긴 하지만…거긴 그다지…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것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여행기분을 만끽하면서 잘 놀고 있는데 훼방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라? 늬들 여수에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안 부르고 늬들끼리 짝짜꿍 쎄쎄세 하뉘?”의 뉘앙스. 그렇다 우리는 이 사람이 피곤해서 뒤풀이에 안가고 스리슬쩍 빠진 것이었다. 10)공식적으론 여수에 없는 상태.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손가락이 오그라드는데, 여수 엑스포도 다 끝났고 이 양반과는 두 번 다시 만날일도 없으니 11)만나면 심히 골룸하다. 이렇게 까발리지 2012년에 이걸 싸질러 놨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고 남았을 것이다. 12)아니면 이 홈페이지가 흑역사화 되었거나…. 아무튼 이 훼방꾼으로 모처럼의 여행기분을 망치고 카페에서 꼼짝달싹 못하다 여수를 더 둘러보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튀었다. Run Away~!! 튀고 보자!!!
훼방꾼의 정신공격은 부산에서도 끊이질 않았다. 적당히 기분 낼려하면 ‘충성…’으로 시작하는 문자가 와서 훈련소 시절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다. (여기가 사회지 군대냐ㅋㅋㅋ) 우리끼리의 암묵적인 룰에 의해 문자는 X무시하기로 했다.
부산에 도착하니 자정이 지나 대중교통은 끊긴지 오래고 훼방꾼의 정신공격으로 우리는 날카로워진 상태였지만, 온천장 부근에 숙소를 잡고 치맥을 시키면서 안정화 되었다. 밤새 먹고 마시고 한다고 다음날 일어나는 것도 느릿느릿. 숙소를 나오니 벌써 정오였다.
올바른 여행자의 정석을 따른다면 아침일찍 움직여야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건 없었다. 근처에 범어사 같은 유명관광지가 있음에도 째버리고 온천장을 거닐며 엠씨형의 추억찾기를 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거닐다 국밥 한그릇 땡기고 자갈치로 향하는 지옥철에 올랐다.
온천장에서 자갈까지는 한시간 남짓. 모처럼 부산에 왔는데 갈매기 안 보고 돌아가면 허전할 것 같아 감행하게 된 것!!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무거보소)를 캐치 프래이즈로 삼는 자갈치 시장 주변을 둘러보고 회 한접시에 쐬주 한병 시켜놓고 신나게 먹었다. 저렴한데다 양까지 많아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맛난걸 먹고 용두산 공원을 운동삼아 다녀오니 훼방꾼에게 당했던 정신공격 데미지가 변기 똥 내려가듯 시원하게 내려갔다. (표현이 아스테랄하다. 변비가 낫는다는게 적당했으려나?)
부산에서 맛난것도 먹었겠다 뭘 할지 고민하다 엄포스의 집이 있는 마산 13)2012년 당시 마산은 창원과 통합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 글은 거기에 따라 마산으로 적는다.으로 향했다. 원래 여행은 부산에서 마무리 하려 했지만 모처럼의 여행이라 앵콜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좋아 좋아~!!
마산에서의 추억은 단연 양몽이. 유랑인은 길가다 걸릴듯한 인형이 보이면 인형뽑기를 하는 편인데, 양몽이도 이렇게 해서 뽑은 것이다. 그런데 이 인형이 엄포스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양순이 처럼 귀엽게 생겨 본능적으로 양몽이로 이름 붙였다. 유랑인이 재미삼아 롯데리아 계산대에 양몽이를 갖다 박았는데, 엠씨형이 그걸 보더니 박장대소했다. 얼마나 소탈하게 웃던지 지금도 그 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적당히 놀고나니 새벽 한시. 너무 늦었기에 엄포스 집에 가는건 보류하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유랑인은 더운걸 싫어하기에 사우나에서 1분 이상 있어본 적이 없지만 엠씨형과 엄포스는 20분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얼마나 좋길래 안 나오는지 궁금해 사우나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뜨겁고 습한공기가 안면을 강타해 바로 뛰쳐 나왔다.
정신이 멍한 상태로 거실에 드러눕어 잠을자고 있는데 찜질을 마친 엠씨형과 엄포스가 와서 장난을 친다. 출렁출렁 저팔계가 된지 오래인 유랑인의 뱃살을 꼬집으면서 ‘살빼!’’라고 하는데 14)그랬다면 치맥을 안 먹었어야…… 완전 두 사람의 장난에 놀아났다. 물론 그게 싫었으면 이렇게 글을 쓰고 할 일도 없었겠지.
이렇게 짧지만 강렬했던 여수와 부산(덤으로 마산) 여행이 끝났다. 혼자서 돌아다닐때와 달리 맛있는 음식도 많이먹고 친한사람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등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어찌된게 유랑인 사진만 안 보인다.
이 여행기를 함께 여행했던 엄포스와 엠씨형에게 바치며, 영원히 HDD에 잠들뻔한 사진을 세상밖으로 꺼내게 해준 기억의 지평선 위원회 엠씨형에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안그랬음 여행기 쓰는 걸 잊어먹고 있었을 것이다.
↑1 | 사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MC형과의 통화로 떠오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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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유랑인 소개 페이지에 나와 있지만 유랑인은 장기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아무리 짧아도 5일은 넘어간다. 이러니 늘 혼자 여행할 수 밖에 없었다. 글을 쓰는 2014년 시점에선 친구랑 아키하바라 원정도 다녀왔으니 솔로여행은 졸업했다. |
↑3 | 기왕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는김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알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93 대전 엑스포 비디오를 보고 우리나라가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는데 12년만에 엑스포가 다시 열린다는데 설레이는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
↑4 | 그때는 그게 참 대단하고 좋아보였지만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몇 사람을 빼면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능구렁이 투성이였다. |
↑5 | 엠씨형, 림냥누나, 미숙누나 그리고 엄포스 |
↑6 | 오동도는 여수에 있는 섬으로 평소에도 해풍이 불어 굉장히 추운 편이다. |
↑7 | 두 차례에 걸쳐 실행된 여수엑스포 팸투어와 해맞이 전야 여행 |
↑8 | 함께한 엄포스와 엠씨형이 즐거웠는진 의문이긴 하지만 |
↑9 | 필리핀이 있긴 하지만…거긴 그다지… |
↑10 | 공식적으론 여수에 없는 상태. |
↑11 | 만나면 심히 골룸하다. |
↑12 | 아니면 이 홈페이지가 흑역사화 되었거나…. |
↑13 | 2012년 당시 마산은 창원과 통합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 글은 거기에 따라 마산으로 적는다. |
↑14 | 그랬다면 치맥을 안 먹었어야…… |
댓글 4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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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펴보니 오타가 작렬이네요~ 전부 수정!
매운탕 아니고 닭갈비
형 고쳤어요..ㅋㅋ